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당초 합의한 인수 계약 시한(29일)을 사흘 앞두고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임금 체불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해외 기업결합심사와 거래 종료 시한에 대한 입장마저 엇갈리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가 마무리되지 못하도 또 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① 계약 선결조건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베트남에서 진행하고 있는 해외 기업결합심사는 답보 상태다. 이달 베트남 당국이 제주항공에 두 차례 추가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직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제출해야 할 부분이 있어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제주항공이 해명에 나선 건 일각에서 제기된 '제주항공 책임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최근 임직원과의 간담회에서 "제주항공이 필요한 자료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으면서 심사 과정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은 지난 4월 중순 베트남 당국에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고 5월부터 당국과 협의 중이다. 이스타항공과의 인수 계약을 마무리하려면 베트남에서 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양측은 또 다른 계약 선결조건인 '타이이스타젯 보증 해소'를 두고도 대립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태국 법인 타이이스타젯에 대해 380억원 규모의 항공기 리스료 지급 보증을 섰다. 제주항공은 지난 4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이스타항공에 보증 해소를 요구했지만 현재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 문제는 해결된 상태"라고 맞서고 있다.
② 거래 종결 시한

양측은 거래 종결 시한을 두고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양측은 지난 4월 말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납입일을 6월 30일로 변경했다. 제주항공이 발행하는 CB를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매입해 인수 후에도 경영권을 보장받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근거로 이스타항공은 이달 29일이 사실상 '데드라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국제선을 모두 '셧다운'한 상태라 6월을 넘기면 파산할 수도 있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달 29일이 절대적인 종료 시한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CB 납입일 기한은 임시적으로 정한 것일 뿐, 거래 종결 시한은 '미충족된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을 고려해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하는 날'이라는 주장이다. 해외 기업결합 심사, 타이이스타젯 문제 등 계약 선결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니 이후 절차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③ 임금체불 문제

임금체불 문제도 미해결 상태다. 이스타항공이 올 2월부터 이달까지 5개월간 체납한 임금은 약 250억원이다. 이스타항공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체불임금 중 일부를 부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이 문제는 이스타항공의 현 경영진과 오너 일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인수 금액(545억원)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체불임금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스타항공의 인수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선 이스타항공의 창립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실질적 오너인 이 의원이 직원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 의원의 자녀들은 이스타홀딩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