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이 신청한 영장 기각 10여일 만에 청구…법원 "범죄 혐의 소명"
70대 기사 때리고 택시 탈취해 음주사고 낸 30대 승객 결국 구속
만취 상태에서 70대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택시를 빼앗아 운전하다가 음주 교통사고를 낸 30대 승객이 결국 구속됐다.

춘천지법은 상해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는 A(30)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은 "A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사건 직후 고령의 택시 운전자를 폭행한 승객 A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도주 우려 없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그러자 지역 택시 종사자들이 A씨의 영장을 기각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비판하고 승객의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지역사회가 한때 들끓었다.

70대 기사 때리고 택시 탈취해 음주사고 낸 30대 승객 결국 구속
◇ 고령의 택시기사 폭행하고 탈취 후 몰다가 '쾅'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새벽 만취한 채로 춘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B(73)씨가 운전하는 택시에 탑승했다.

이어 A씨는 목적지를 묻는 B씨에게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

당황한 B씨는 A씨를 진정시키고자 말을 건넸으나, 갑자기 택시에서 내린 A씨는 차량 앞을 가로막고 보닛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A씨의 폭력으로 B씨는 택시에서 내렸고, 만취한 A씨는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기 시작했으나 얼마 못 가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건으로 택시기사 B씨는 왼쪽 어금니가 일부 부서졌고 폭행을 막는 과정에서 손등도 다쳤다.

A씨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바람에 차 수리비도 850만원이나 나왔다.

A씨는 B씨와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 이상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상해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8일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10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춘천지검에 A씨 사건을 송치했다.

70대 기사 때리고 택시 탈취해 음주사고 낸 30대 승객 결국 구속
◇ 택시업계 "승객 영장 기각은 누가 봐도 검찰의 봐주기 수사"
고령의 택시기사를 폭행한 30대 승객 A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춘천 개인·법인택시 기사 및 업계종사자 300여 명은 지난 19일 춘천역 인근에서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택시기사 폭행 및 탈취 사건을 법의 잣대로 공정하게 심판하라"고 촉구했다.

택시 종사자들은 "노령의 기사를 음주 상태의 성인이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차량 대파 수준의 사고를 냈음에도 불구속으로 수사하는 것은 누가 봐도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A씨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지금도 여러분 앞에 서 있지 못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지만 이렇게 격려해주니 힘이 난다"며 "당시 겪은 악몽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아직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집회를 마친 뒤 운수 종사자 3천여 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춘천지검에 제출했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A씨 사건에 대한 자체 보완 수사를 거쳐 19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결국 A씨는 22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끝에 구속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