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집무실 키지궁서 3시간가량 조사…봉쇄 결정 지연 경위 추궁
보건·내무장관도 조사…직무유기·과실 혐의 적용 여부 주목

'베르가모 봉쇄 왜 늦었나'…이탈리아 검찰, 총리 대면조사(종합)
이탈리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인 베르가모에 대한 봉쇄 조처를 미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주세페 콘테 총리를 대면조사했다.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지방검찰은 12일(현지시간) 오전 총리 집무실이 있는 로마 키지궁을 찾아 콘테 총리를 상대로 베르가모에 대한 봉쇄 결정이 지연된 경위를 집중 조사했다.

콘테 총리는 검찰 질의에 전문가 의견에 따라 양심적으로 정책 결정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롬바르디아 역시 독자적으로 봉쇄 조처를 시행할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검찰 조사를 받은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 주지사와 줄리오 갈레라 주 보건장관이 봉쇄는 전적으로 중앙정부 소관이라며 책임을 미룬 데 대해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사는 약 3시간가량 진행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검찰은 이날 콘테 총리 외에 방역 대책을 총괄하는 로베르토 스페란차 보건장관과 루치아나 라모르게세 내무장관 등도 방문 조사했다.

롬바르디아 주도인 밀라노와 인접한 베르가모 프로빈차(Provincia·우리의 시·군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행정구역)는 서울 면적의 4배가 조금 넘는 크기에 인구 110만명가량인 지역이다.

'베르가모 봉쇄 왜 늦었나'…이탈리아 검찰, 총리 대면조사(종합)
하지만 이날 현재 베르가모의 누적 확진자 수는 1만3천744명으로 대도시인 밀라노·토리노·브레시아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많다.

사망자도 5천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베르가모의 피해가 이처럼 커진 배경에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롬바르디아 코도뇨에서 2월 21일 첫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틀 뒤인 23일 베르가모 프로빈차의 소규모 마을인 알차노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곧바로 봉쇄 조처를 내리지 않고 미적거렸다는 것이다.

코도뇨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되자마자 코도뇨를 비롯한 인근 10개 마을을 '레드존'으로 지정하고 주민 이동을 전면 통제한 것과 대조적인 대응이다.

베르가모지역은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난 3월 8일에서야 롬바르디아 나머지 지역과 함께 레드존으로 묶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베르가모 지역의 봉쇄 조처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많은 주민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검찰은 이날 청취한 콘테 총리 등의 진술을 토대로 직무유기 또는 과실에 따른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3만6천305명으로 미국·브라질·러시아·인도·영국·스페인 등에 이어 7번째로 많다.

사망자 규모는 3만4천223명으로 미국·영국·브라질 등에 이어 네번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