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이 지난 15일 본사 지하 세미나실에서 대학생 40며 명에게 멘토링 강연을 하고 있다. 정의진 기자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이 지난 15일 본사 지하 세미나실에서 대학생 40며 명에게 멘토링 강연을 하고 있다. 정의진 기자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든 소프트웨어(SW)를 다룰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뉠 겁니다. 대학생 여러분, 어떤 학과에 입학했든 반드시 SW를 공부하십시오.”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비트컴퓨터 본사 세미나실에 대학생 40여 명이 모였다. ‘국내 1호 대학생 벤처 창업가’로 불리는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62·사진)의 멘토링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날 강연은 조 회장이 인간개발연구원의 HDI멘토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뤄졌다. HDI멘토대학 프로그램은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인이 대학생의 멘토가 돼 성공 스토리를 비롯해 여러 조언을 전해주자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조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대학생에게 비트컴퓨터 창업·성장 과정과 함께 SW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대학생 앞에서 “나도 여러분 또래였던 대학교 3학년 때 이 회사를 세웠다”고 운을 뗐다. 조 회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3년 의료용 SW를 개발해보겠다며 비트컴퓨터를 창업했다. SW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때였다. 그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SW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대학생 조현정이 창업 장소로 선택한 장소는 서울의 한 호텔 스위트룸이었다. 그는 “일반 오피스 빌딩에선 아무리 열심히 일해봤자 하루 12시간밖에 일할 수 없더라”며 “사회 경험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는 대학생이 회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오직 절대적인 시간투자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 호텔에서 7시간 자고 17시간 일하며 회사를 차렸다”고 했다.

의료 전산화 프로그램을 팔기 시작해 결국 국내 굴지의 의료 SW 기업을 일군 조 회장은 학생들에게 SW 공부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근대화 이전에는 신분에 따라, 현대엔 부모의 재력에 따라 개인의 미래가 결정됐다면, 앞으로는 전적으로 개인의 SW 능력에 따라 성공 방정식이 짜여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여러분이 회계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SW를 다룰 줄 아는 회계사만 살아남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학점을 위한 공부는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90% 이상이 B학점을 받는 대학 성적을 기업은 믿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프로젝트 중심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스로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SW를 개발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 팀원을 꾸려 새로운 뭔가를 해보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학기 중엔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할지 기획하고, 본격적으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방학 때 프로젝트에 전념해보라”며 “4년제 대학을 다니면서 생기는 일곱 번의 방학 기간에 2~3개 개인 프로젝트를 완성해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못 들어갈 회사가 없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