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회적 거리두기, 인간적 어울리기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제시했다. 당연한 결정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으려면 일단 사람끼리 거리를 두는 것이 상책이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운데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시대적 행동양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를테면 바이러스의 위협에 내몰린 우리 모두가 ‘안전거리 확보’에 주력하는 형국이다.

필자의 경우 사회적 접촉면이 꽤 넓은 편이다. 각종 모임, 회의, 행사 등으로 무척 바쁘게 살아왔다. 평일이건 주말이건 하루 일정이 두세 군데씩 겹칠 때에는 몸이 모자라 애를 태우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널리 번지기 시작한 이후 모든 약속을 취소하거나 뒤로 미뤘다. 회의와 행사도 축소하거나 조정했다. 만남의 빈도를 낮추고, 노출면을 좁히고, 행동반경을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외근과 출장이 줄고 그 대신 내근이 늘었다. 퇴근 후 귀가를 앞당겼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주말도 ‘내 것’으로 챙길 수 있게 됐다. 시간을 벌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종전보다는 훨씬 숨통이 트였다. 필자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재빨리 두 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금싸라기 같은 ‘자유 시간’을 요긴하게 활용하고자 나름대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전략을 세운 것이다.

첫째, 독서량을 대폭 늘렸다. 책 읽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책 속에는 삶의 지혜가 가득하다. 특히 동서고금의 문학작품에는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 독서야말로 외출을 삼가고 주말을 가장 값지게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독서에 몰입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져 정말 행복하다.

둘째,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일일이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며 ‘인간적 어울리기’에 더욱 정성을 쏟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 자칫 인간적 거리까지 소원해질 개연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때일수록 긴밀한 소통을 통해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인간적 도리라고 생각한다.

무릇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의료 전문가들이 문제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과로 누적을 무릅쓰고 불철주야 총력을 기울이는 지금, 우리 모두가 오늘의 이 난국을 도약의 기회로 역전시킬 획기적인 묘책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가 물러가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동 해제되고, 우리는 곧 ‘인간적 어울리기’와 함께 활기찬 일상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