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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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70% 가구에는 100만원씩 주면서 소득이 조금 많다고 한 푼도 주지 않는게 말이 됩니까. 아이 얼굴도 못 보며 밤낮으로 맞벌이했는데…”

정부가 지난 30일 소득 하위 70%가구에만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위 30%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세금의 90% 이상을 상위 20~30% 국민이 내는데 따른 '과세 형평성 논란'이 코로나지원금을 계기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국세청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중 상위 30%인 560만명이 전체 근로소득세(38조3078억원)의 94.9%(36조3541억원)를 부담한다. 사업소득과 연금소득 등이 포함된 종합소득세(97.0%)를 비롯해 부가가치세 종합부동산세 등 다른 세목도 소득 상위 30%가 대부분을 부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2012년 이후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35%→42%) 등 ‘부자 증세’를 내세우면서 이 비율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은 상당수 복지 제도의 수혜 대상에서 쏙 빠져 있다. 대부분의 복지제도가 소득 상위 20~30%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서다. 대표적인 제도가 △기초연금(소득 하위 70% 노인 대상)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 대상) △국가장학금(기준 중위소득 200% 이하 대상)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대상) 등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지원금은 ‘내는 사람 따로 있고, 받는 사람 따로 있는’ 불공정한 세금 및 복지제도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지급에 따른 재정 악화에 따른 부담은 소득 상위 30%가 진다는 점에서 결국 ‘부자 증세’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소득 하위 70%에게는 무조건 100만원을 주고 상위 30%에게는 전혀 주지 않는 지급방식도 불만을 키운 요인이다. 이에 따라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가 지원금을 받아 간신히 소득 상위 30%에 들어가는 가구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는 ‘소득 역전’ 현상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자녀가 둘(7세 미만) 있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50~70%에 해당하는 가구는 정부에서 최대 189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소득 하위 70%를 조금 넘기는 가구는 수령액이 8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자녀가 7세 이상이고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한푼도 받지 못한다. 미국이 코로나지원금을 연 소득 7만5000달러 미만인 성인에게는 1200달러씩, 7만5000달러 이상부터는 소득이 높을수록 점차 지원금을 줄여나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소득 역전 현상을 막고자 소득 하위 50%(중위소득 100%) 이상은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대한 지급액을 늘려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가로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지원금이 널뛰는 것도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경기도는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도민 1인당 1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지원금은 포천시가 1인당 40만원씩 지급하는 코로나지원금과 중복 수급이 가능하다.포천시에 사는 저소득층 4인 가족은 중앙정부 지원금(320만원)과 지자체 지원금(200만원)을 합해 최대 520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같은 임금을 받으며 아이 둘을 키우는 가정이어도 거주지와 자녀의 나이에 따라 지원금은 최대 380만원까지 차이날 수 있다. 예컨대 서울에서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월수입 600만~700만원 안팎의 직장인은 부동산 등이 소득에 반영돼 상위 30%에 포함되면 전혀 받지 못한다. 반면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포천에서 동일 임금의 4인 가족이더라도 최대 300만원을 받는다. 자녀가 7세 미만이면 38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