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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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고를 겪는 소득 하위 70% 이하 1400만 가구에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4·15 총선을 2주 앞두고 내린 결정으로 야당에서는 즉각 "매표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국민 70%에 혜택이 돌아가는 지원책이라 여당에 유리해 보입니다. 고소득자는 여당이 아닌 야당을 찍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대책은 집토끼는 집토끼대로 지키면서 표심을 정하지 못한 무당층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받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방역에 참여했다.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면서도 "경제적으로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분들보다 소득이 적은 분들을 위해 널리 이해하고 양보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실상 이번 지원책이 고소득자와 중산층·저소득자를 가르는 정책이라는 걸 인정한 겁니다.

야당은 반발했습니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31일 "전후 사정을 살펴본 결과 명확해진 것은 명백히 총선을 겨냥한 매표 욕망에 의해 결정됐다는 것"이라며 "총선 앞두고 돈 풀기로 표 구걸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총선에서 민주당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하면서 자산 기준 등 구체적인 기준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극단적으로 강남 아파트를 소유한 은퇴 노인은 지원금을 받고,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는 소득에 따라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총선 전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불가능한 것도 여당에는 불리한 요소입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합니다. 정부는 4·15 총선 후 열리는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입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4월 총선 직후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된다면 5월 중순 전으로 실제 국민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세세한 사정을 알기 어려운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당장 자신이 지원 대상인지 알아보기 위해 복지 포털사이트인 '복지로'에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발표해 '국민 70%에 최대 100만원 지급'이라는 홍보 효과는 거뒀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나는 받지 못했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투표 의사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분노'"라며 "정부의 지원책을 얼마나 체감하는지가 중요한 변수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대'와 '분노'는 정비례한다는 게 신 교수의 얘깁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