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역 SRT 정비소 직원들이 KT의 5G 증강현실(AR) 안경으로 열차를 정비하고 있다.  KT  제공
서울 수서역 SRT 정비소 직원들이 KT의 5G 증강현실(AR) 안경으로 열차를 정비하고 있다. KT 제공
다음달 3일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지 1년을 맞는다. 5G 서비스 첫해였던 지난해 통신 3사는 치열한 가입자 유치 전쟁을 벌였다. 올해는 5G 도입을 계기로 열린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병원, 자율주행차 등을 구현하기 위해선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특성을 갖춘 5G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짜 승부는 B2B서 난다"…공장과 병원에 5G망 까는 통신사들
무선통신 역사가 시작된 이후 40년간 통신사 사업모델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중심이었다. 통신사들은 통신망을 깔아놓고 가입자를 모집해 매월 가입자에게 요금을 받아 수익을 냈다. B2B는 새로운 시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도입을 계기로 통신사들이 그간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변신을 꾀하고 있다”며 “5G의 진짜 승부는 B2B 시장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5G B2B 사업 원년”

SK텔레콤은 “올해를 5G B2B 사업의 원년으로 삼고, B2B 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오피스 등 8대 핵심 사업도 선정했다.
SK텔레콤 직원들이 5G 기지국이 설치된 빌딩 위에서 상용화 1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직원들이 5G 기지국이 설치된 빌딩 위에서 상용화 1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먼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에 5G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실시간으로 댐의 영상과 수위를 감시하고 현장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5G 스마트발전소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5G 통신망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양자암호보안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KT도 현대중공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한 선박 건조, 로봇 기술과 KT가 가진 5G 통신망, 빅데이터, AI 기술 등을 적용해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과 손잡고 스마트병원 사업도 벌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과는 구급차 내부에 5G 통신 환경을 구축하고, 360도 카메라 등을 설치해 병원 의료진과 실시간 소통함으로써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KT는 “총 150개 B2B 적용 사업을 발굴해 53개 5G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드론, 자율주행차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손잡고 드론을 활용한 사업 발굴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까지 드론 기체와 스마트드론 관제·영상 서비스의 5G 통신망 연동을 완료한 뒤 이 서비스를 활용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세종특별자치시, 카카오모빌리티와 자율주행차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도심 도로를 달리는 5G 자율주행차를 공개 시연하기도 했다.

KT 경제경영연구소는 2030년까지 5G 상용화로 약 42조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공장 등 5G가 바꿀 산업 영역과 가치를 환산한 수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5G 기술을 드론에 접목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5G 기술을 드론에 접목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LG유플러스 제공
실내·지하철 등 안 터지는 곳 많아

통신사가 B2B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B2C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 국민이 한 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선 새로운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

지난해 가파른 속도로 늘었던 국내 5G 가입자 증가세는 올해 들어 둔화됐다. 지난해 4월 상용화 이후 5G 가입자는 매월 50만 명 이상 증가했으나 지난 1월 순증 가입자가 3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5G 가입자 증가세가 꺾인 것은 통화 품질 등의 문제로 가입자들이 5G로 바꿀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내, 지하철 등 아직까지 아예 터지지 않는 곳이 많다. 5G 전용 스마트폰과 요금제가 비싼 데 비해 전용 킬러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설리/최한종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