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이어 S&P500도 약세장 진입…'안전자산' 미국채도 현금화 대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공포감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을 강하게 옥죄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각국의 주가지수는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갔다.

주요 산유국들의 '유가 전쟁'에서 촉발된 유가 폭락세도 시장 불안을 키웠다.

급기야 '안전자산'으로 부각됐던 금(金)과 미국채 시장에도 매도세가 나타났다.

투자자산을 가리지 않고 팔아치우고 현금화에 나서는 투매 장세로 흐르고 있다는 의미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월스트리트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주식만 투매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경제매체 CNBC방송은 "불확실성이 이제 패닉으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충격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역시나 주식시장이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352.60포인트(9.99%) 하락한 21,200.6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일 2,013.76포인트(7.79%) 무너진 지 사흘 만에 또다시 2,000포인트를 웃도는 대폭락 장세를 연출한 것이다.

미국 뉴욕증시 120년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22.6%) 이후로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증시 전반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나란히 10% 가까이 미끄러졌다.

S&P500지수는 260.74포인트(9.51%) 내린 2,480.64에, 나스닥지수는 750.25포인트(9.43%) 내린 7,201.80에 각각 마감했다.

이로써 다우지수에 이어 S&P지수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추세적인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몇시간 앞서 마감한 유럽증시의 낙폭은 10%를 웃돌았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0.87% 급락한 5.237.48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87년 이후로 하루 최악의 낙폭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도 12.24% 내린 9,161.13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 역시 12.28% 떨어진 4,044.26으로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12.40% 급락한 2,545.23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이 역시 이 지수 역사상 하루 최대 낙폭이자 유일한 두 자릿수 하락 기록이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의 하락을 넘어선 것이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는 16.92% 급락한 14,894.44로 거래를 마쳤다.

1998년 이 지수가 탄생한 이래 최악의 하루 낙폭이라고 dpa통신은 전했다.
유동성 백신도 약발없는 팬데믹 장세…주식·금·원유 모두 투매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주저앉을 태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5%(1.48달러) 하락한 31.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0.02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지난 9일 24.6% 곤두박질쳤다가 10일 10.4% 급반등했으나 11~12일 연이틀 4%대 폭락세를 이어간 셈이다.

WTI 선물시장이 마감된 이후로 유가 낙폭은 더 커졌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는 오후 5시30분 현재 배럴당 8.38%(3.00달러) 내린 32.7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시장과 미국채 시장으로도 매도세가 번졌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金)은 전날보다 온스당 3.2%(52달러) 내린 1,59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월 인도분 은(銀)도 5%대 폭락세다.

금속 시장 중개인인 데이비드 메거는 CNBC방송에 "투자자들이 금이든 은이든 모든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도 하락했다.

벤치마크물인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0.025%포인트 오른 0.842%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월스트리트의 거대한 매도세가 미국채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라고 CNBC방송은 전했다.
유동성 백신도 약발없는 팬데믹 장세…주식·금·원유 모두 투매
금융시장 전반의 투매 행렬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취약해진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유럽발(發)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불안을 키운 모양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순자산매입을 확대하고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일시적으로 도입하는 부양책을 내놨지만,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한 탓에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기대했던 시장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최종대부자격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무기력한 표정이다.

연준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조치를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악화한 시장 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연준의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단기유동성 공급을 대폭 늘린다고 밝혔다.

오는 13일까지 이틀에 걸쳐 총 1조5천억 달러의 1개월·3개월짜리 유동성이 공급하는 게 골자다.

전날 하루짜리(오버나이트) 레포 한도를 1천750억 달러로, 2주짜리 레포 한도를 450억 달러로 각각 상향 조정한 조치를 내놓은데 이어 또다시 유동성 카드를 꺼낸 셈이다.

이번 조치는 뉴욕증시가 힘없이 무너지는 무렵에 나왔다.

뉴욕증시의 낙폭은 반짝 줄어들었다가, 이내 확대됐다.

이달초 0.5%포인트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연준이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75%포인트 추가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시장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