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역대 최대 사교육비가 소득 증대 결과라니…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벌써 7년째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사교육비가 매년 늘어나는 것을 모두가 당연하게 여길 정도다. 하지만 교육부가 사교육비 상승 원인이라고 내놓은 황당한 분석이 다시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하루 전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긴급 브리핑까지 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교육부도 조사 결과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방증이다. 교육부의 해명은 황당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한 이유는 가구 소득이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명백한 통계 곡해다. 가구 평균소득은 2007년 이후 매년 상승했지만,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상승하다가 2015년까지 하락한 뒤 이듬해부터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가구 평균소득 증가와 비례해 늘어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가구 소득과 사교육비 사이에 꼭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통계 해석을 차치하고서라도 교육부가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을 ‘가구 소득 증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의 말대로라면 사교육비를 잡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사교육비 상승은 가구 소득 증가를 뜻하는 지표로 되레 축하할 일이다.

저소득층 가정이 교육부의 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가정은 절반 이상인 53.0%가 사교육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에게 교육부 차관의 설명은 “소득이 늘어나면 사교육비 지출도 늘어난다. 하지만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가정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들렸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가 할 말은 아닌 듯하다.

원인에 대한 분석이 틀렸으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도 없다. 교육부는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폐지를 추진해 사교육비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교육 업계에서는 자사고 등의 폐지를 오히려 호재로 생각한다. 학교 자체적으로 입시 대비가 가능한 자사고 등이 없어지면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많은 전문가는 사교육비가 늘어난 이유로 황폐해진 공교육과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대학 입시 정책을 꼽는다. 교육부는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3월 또다시 역대 최대 사교육비 경신이라는 발표를 되풀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