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주요 각료를 교체하는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단행된 이른바 ‘포스트 브렉시트’ 개각이다.

이번 개각에선 당초 유임이 예상됐던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이 사퇴했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옆 11번지에 관저가 있는 재무장관은 영국 정부에서 총리 다음인 ‘2인자’로 여겨진다. 의회의 총리 질의응답(PMQ) 때도 재무장관은 항상 총리 옆자리인 프런트벤치에 앉는다.

BBC에 따르면 자비드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도 유임을 제안받았다. 자비드 장관은 브렉시트를 성공적으로 단행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자비드 장관의 보좌진을 전원 해고하고, 총리실 보좌진으로 채울 것을 지시하자 이를 거부하고 사퇴를 결정했다. BBC에 따르면 자비드 장관은 “자존심이 있는 어떤 장관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7월 존슨 총리 취임 후 내무장관에서 재무장관으로 영전한 자비드 장관은 존슨 총리와 함께 강경 브렉시트파로 꼽혀 왔다. 브렉시트 이후 진행될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양보는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해 왔다. 현지 언론들은 자비드 장관이 존슨 정부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보좌관과의 권력 투쟁에서 밀려났다는 해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자비드 장관의 후임에는 리시 수낙 재무부 수석부장관(사진)이 임명됐다. 1980년생으로 올해 39세인 수낙 장관은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이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헤지펀드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수낙 장관은 부모가 인도 출신인 인도계다.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전임 자비드 장관에 이어 이민자 가정 출신이 연이어 재무장관을 맡게 됐다. 수낙 장관의 부인인 악샤타 머시는 인도의 억만장자의 딸로, 인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포시스테크놀로지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이번 개각에서 총리와 재무장관과 함께 ‘빅4’로 불리는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유임됐다. 줄리언 스미스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 앤드리아 레드섬 기업부 장관, 테리사 빌리어스 환경부 장관, 제프리 콕스 법무부 장관, 니키 모건 문화부 장관, 에스더 맥베이 주택 담당 부장관 등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