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자 '2차 감염' 의심…22일 강남구 성형외과·식당·호텔 이용23일 한강 산책 및 편의점 이용 →역삼·대치동 음식점 이용24일 성형외과 재방문→일산 음식점·카페 이용→ 일산 모친집 체류국내에서 여섯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확진된 환자가 나흘전 발생한 '세번째 환자(3번 환자)'의 접촉자로 밝혀지면서, 3번 환자의 이동 동선에 관심이 쏠린다.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3번 환자는 우한시 거주자로 20일 귀국한 뒤 25일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됐고, 26일 환진환자로 확인됐다.귀국 후 6일간 지역사회에 머물었고 이 가운데 22일 오후 1시부터는 호흡기증상이 있었다.이 환자는 귀국 당시에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22일 개인 렌터카를 이용해 오후 1시께 서울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글로비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는 지인의 진료에 동행했다.이후 한일관(압구정로), 본죽(도산대로) 등 인근 식당을 이용하고 서울 강남구 소재 호텔(호텔뉴브)에 투숙했다.23일에는 점심때 한강에 산책하러 나가 편의점(GS 한강잠원 1호점)을 이용했고, 이후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음식점을 이용했다.24일에는 점심때 이틀 전 방문했던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을 지인과 함께 재방문했다.오후에는 일산 소재 음식점과 카페 등을 이용했고, 저녁에는 일산에 있는 모친 자택에 체류했다.25일에는 모친 자택에서 외출하지 않았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신고 후 보건소 구급차로 일산 소재 명지병원(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이송돼 격리됐다.현재는 열이 내리고 증상이 줄어들었다.의료진은 3번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보건당국은 3번 환자의 접촉자를 현재까지 총 95명으로 파악했다.이 가운데 밀접접촉자는 15명, 일상접촉자는 80명이다.당초에는 접촉자가 74명으로 확인됐지만, 증상 발생시간이 22일 오후 7시에서 오후 1시로 6시간 앞당겨져 접촉자가 늘었다.6번 환자는 일상접촉자로 '2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질본은 6번 환자가 3번 환자와 접촉한 시기와 방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보건당국은 현재 즉각대응팀을 출동시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추가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표] 3번 환자 접촉장소별 접촉자 구분┌──────────────┬─────┬──────────┬─────┐│ 장 소 │ 계 │ 접촉자 구분 │ 소독여부 ││ │ ├─────┬────┤ ││ │ │ 밀접 │ 일상 │ │├──────────────┼─────┼─────┼────┼─────┤│ ① 병원(글로비 성형외과) │ 58* │ 1 │ 57 │소독 완료 │├──────────────┼─────┼─────┼────┤ ││ ② 숙박(호텔뉴브) │ 12 │ 7 │ 5 │ │├────┬─────────┼─────┼─────┼────┤ ││ ③ │ 한일관(압구정로) │ 4 │ 2 │ 2 │ ││식당 등 ├─────────┼─────┼─────┼────┤ ││ │ 본죽(도산대로) │ 2 │ 1 │ 1 │ ││ ├─────────┼─────┼─────┼────┤ ││ │ GS25(한강잠원) │ 1 │ 1 │ - │ ││ ├─────────┼─────┼─────┼────┤ ││ │ 그 외 │ 15 │ - │ 15 │ │├────┴─────────┼─────┼─────┼────┤ ││ ④ 가족, 지인 │ 3* │ 3 │ - │ │├──────────────┼─────┼─────┼────┤ ││ 계 │ 95 │ 15 │ 80 │ │└──────────────┴─────┴─────┴────┴─────┘/연합뉴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병원체가 박쥐에서 나온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쥐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박쥐는 우한 폐렴뿐만 아니라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14년 에볼라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이 생길 때마다 주범으로 지목됐다.음습한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의 몸에는 최대 200종의 바이러스가 있다. 이 때문에 전염병을 옮기는 1차 숙주로 꼽힌다. 그러나 박쥐 스스로는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특유의 면역체계 덕분이다. 박쥐는 비행할 때 체온이 40도 가까이 상승한다. 이런 고온에서는 바이러스가 잘 자라지 못한다. 대신에 백혈구 같은 체내 면역물질이 활성화된다. 감기에 걸려 체온이 올라가면 바이러스가 약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사이토카인의 하나인 인터페론(당단백질)을 생성한다. 이것이 지나치면 몸에 해롭다. 박쥐는 평상시에도 이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미국국립보건원은 지난해 “사람 등 척추동물에게는 사이토카인 과다생산이 문제를 일으키지만 박쥐에게는 이를 적절하게 조율하는 유전변이 능력이 있어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했다.의료계는 체내에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를 밝히면 각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 과학자들은 “박쥐가 수많은 병원체에 감염되기 쉬운 환경에서 사는 게 면역 시스템의 활성화를 촉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우리나라에서도 박쥐 유전변이를 분석해 질병 치료의 단서를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17년 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는 ‘황금박쥐’로 잘 알려진 ‘붉은 박쥐’의 유전체를 규명했다. 학계는 이를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바이러스의 어원은 라틴어로 ‘독(毒)’을 뜻하는 비루스(virus)다. 독과 약은 한 몸이다. 독을 이롭게 활용하면 약이 된다. 전염병의 매개로 꼽히는 박쥐가 병과 함께 약도 줄 수 있을까. 다행히 중국과 호주 연구팀이 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홍콩대 연구팀은 백신을 개발해 임상시험에 곧 들어갈 계획이다.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미·중 간 무역분쟁 1차 합의로 훈풍이 불던 글로벌 시장에 ‘우한 폐렴’이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당사국인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주요국 증시는 우한 폐렴 공포가 본격화된 지난주부터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섰고, 국제유가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국내 금융시장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지수는 어제도 큰 폭의 약세를 보이며 3거래일간 100포인트 넘게 빠졌다. 원·달러 환율도 이번 주에만 15원 넘게 치솟았다.우한 폐렴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은 병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중국 정부는 춘제(설) 연휴기간을 2월 2일까지로 늘린 데 이어 주요 공장에 추가적인 조업 중단을 지시했다.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물론 철도 등 중국 내 이동 수단 운행도 대폭 줄었다.이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물론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우한은 글로벌 제조업 중심지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쑤저우시 역시 삼성전자와 존슨앤드존슨 등의 공장이 있는 글로벌 제조업 허브 중 하나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경우 원자재 수급부터 물류, 생산, 공급까지 전 공급망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그 와중에 영국은 31일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단행한다. 영국이 올해 말까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브렉시트가 한국에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지만, 또 다른 불확실성이 추가되는 게 문제다.불확실성은 드러난 악재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주요국의 성장 둔화가 예고된 마당에 우한 폐렴과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추가되면 글로벌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미·중 무역분쟁보다 더 큰 충격파가 올지도 모른다. 정부는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위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총선 포퓰리즘과 북한 관광 따위에 한눈 팔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