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진 기반의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는 사람 모양의 3차원(3D) 아바타 이미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세계 곳곳의 10대 청소년들이 앱(응용프로그램) ‘제페토(Zepeto)’를 활용해 자신과 닮은 아바타 사진이나 영상을 잇따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Zepeto’를 검색하면 247만2954건의 관련 게시물이 나온다. 중국에서도 제페토 이용자가 급증하자 중국의 인기 카메라 앱 ‘메이투’는 제페토를 베낀 아바타 생성 기능을 추가했다.
네이버는 국내용?…해외 이용자 1억명 넘는 서비스만 4개
AI·AR 등 최첨단 IT 적용

제페토를 개발한 회사는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다. 2018년 8월 출시된 제페토는 작년 상반기에 글로벌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출시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올린 성과다. 네이버는 제페토를 비롯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 스마트폰 카메라 앱 ‘스노우’와 ‘B612’까지 세계 이용자 1억명 이상의 인터넷 서비스를 4개 보유하게 됐다. 네이버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1일 IT업계에 따르면 제페토 가입자는 지난달 기준으로 1억800만 명에 달한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가입한 로그인 이용자 기준이다. 단순 앱 다운로드 수는 2억 건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페토는 이용자와 꼭 닮은 3D 아바타를 만든 뒤 증강현실(AR) 기술로 실제 사진이나 가상 배경에 자연스럽게 합성해주는 서비스다. 아바타끼리 게임을 즐기도록 하거나 문자메시지 이모티콘으로 활용하는 등 여러 앱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갖고 놀 수 있다. 출시 직후 별다른 홍보 없이도 미국, 중국, 영국 등의 해외 앱 장터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 이상이다. 주요 사용자층은 만 13~18세 청소년이다.

10대들이 선호하는 서비스로 ‘우뚝’

제페토는 ‘닮긴 닮았지만 실제보단 조금 더 예쁘고 귀여운’ 아바타를 생성하는 기술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른 아바타 서비스와 달리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다. 제페토가 이용자의 얼굴을 분석해 표현한 아바타 이미지에서 머리 스타일, 눈, 코 등의 모양을 구체적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제페토에선 얼굴은 공짜로 만들 수 있지만 옷을 입히거나 배경, 동작 등을 넣으려면 유료 아이템을 사야 한다. 인스타그램 등 다른 앱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제페토가 인공지능(AI), 3D, AR 등 첨단 IT를 활용해 10여 년 전 국내에서 유행했던 SNS ‘싸이월드’의 아바타 놀이를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고 말했다.

제페토의 인기로 네이버는 글로벌 1억 명 이용자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글로벌 이용자 1억 명을 넘어선 인터넷 서비스를 4개 보유한 기업은 국내에서 네이버가 처음이다. 게임 외 분야에서 2개 이상을 기록한 인터넷 기업도 국내에는 없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국내 인터넷 서비스는 게임업체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추정된다. 지난달 글로벌 6억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해외 이용자 비중 80% 이상

네이버는 2013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가입자가 1억 명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지난달 일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4개국 기준으로 라인의 실사용자(MAU)는 1억6400만 명을 기록했다. 글로벌 라인 가입자는 3억 명이 넘는다. 제페토를 만든 스노우가 운영하고 있는 카메라 앱 B612는 2015년 다운로드 1억 건을 돌파했다. 2017년에는 3억 건을 넘어섰다. 실사용자 수도 1억 명 이상을 기록했다.

스노우가 만들었고 회사명과 이름이 같은 카메라 앱 ‘스노우’는 2017년 다운로드 2억 건을 돌파했다. B612, 스노우를 포함해 ‘소다’, ‘푸디’, ‘라인카메라’까지 총 5개 카메라 앱의 지난달 실사용자 수는 2억4200만 명에 달했다. 모두 해외 이용자 비중이 80% 이상이다. 셀카 이미지 보정 기능, 셀카 스티커 효과 기능 등을 적용해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라인을 제외하고 모두 10~20대의 트렌드를 이끈 것이 네이버 서비스가 세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