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연례서한에서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요인을 자산운용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넘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ESG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지금의 두 배인 15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블랙록은 약 7조달러(약 811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MS·블랙록도 콕 찍었다…월가 달구는 'ESG펀드 투자 열풍'
#2.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6일 2030년까지 ‘탄소 배출 마이너스(-)’ 달성을 선언했다. 자사나 협력 업체가 배출한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해 행동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가에서 ESG 투자 열기가 뜨겁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대형 연기금과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ESG를 핵심 투자 지침으로 삼으면서 관련 펀드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ESG 관련 인력 채용을 대폭 늘리고 있다. ESG에 따라 투자했을 경우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ESG 관련 펀드에 신규 유입된 자금은 206억달러로 2018년(55억달러)의 네 배에 달했다. 모닝스타의 존 할 지속가능성 연구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ESG 관련 펀드의 부상은 과거를 잊게 할 만큼 거대하다”며 “전 세계에서 ESG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령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발화 원인을 제공한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이 희생자들에게 135억달러(약 16조600억원)의 배상금을 주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달 중 파산을 신청할 계획이다. 또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창업자 등 수십 명의 경영자들이 성추문 등으로 갑작스레 사퇴했다.

이런 일들은 기업 가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고, ESG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투자자의 85%가 지속 가능한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2015년 같은 조사 때의 71%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JP모간은 2014년부터 250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자금이 ESG 관련 펀드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JP모간의 글로리아 김 인덱스리서치 담당 글로벌 총괄은 지난 16일 열린 미 한국상공회의소(코참) 강연에서 “최근 급속히 커지고 있는 인덱스 펀드에서도 ESG는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처럼 인기 높은 테마가 됐다”며 “주식이든 채권이든 투자할 때 ESG에 관심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SG를 추종하는 펀드들은 통상 제3의 평가사가 산정하는 ESG 점수에 따라 투자 대상을 선별한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쓰거나 △무기, 술·담배 등과 관련된 회사 △이사회에 여성이 없는 등 다양성이 모자란 기업 △성추행 예방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업체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감점을 당한다.

JP모간이 쓰는 ESG 평가를 보면 한국 기업 중에선 한국가스공사 신한금융지주 현대자동차 현대캐피탈 우리은행 SK텔레콤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한국동서발전(석탄발전) 포스코(석탄 사용, 무기 재료 생산) 대한항공(술·담배 판매, 무기 생산) 등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됐다.

ESG 투자는 성과도 좋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ESG를 등한시하다가 회계 스캔들, 데이터 유출, 성희롱 사건 등에 휘말린 기업들 주가는 S&P500지수 대비 수익률이 낮았다. 또 2005~2015년 ESG 원칙에 따라 투자했다면, 그 기간 파산한 S&P500 기업 중 90%에 대한 투자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