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동산 정책 실패가 양극화 키운다
부동산이 주요 화제다.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 가격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작년 1월 14.3%, 7월 11.1% 등으로 크게 올랐고 일부 특정 지역은 더욱 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 기준 상승률은 같은 시기엔 0.7%, 0.6%에 그쳤으며 9월에는 -1.1%로 하락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지방만 보면 1월 -3.5%, 9월 -2.7%로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과 지방의 이런 가격 양극화는 2017년 이후 일련의 부동산 정책이 다주택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데 초점을 둔 것과 관련이 크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핵심 선호지역에 자산을 보유하도록 포트폴리오 재편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과 지방에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지방 부동산을 매각하고 서울 주택만 유지하거나 매각한 자금으로 서울에 고가 주택을 매입한다.

선호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률을 높이고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조세부담을 증가시켜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 주택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이 커지면 납세자 입장에서 거주비용이 늘어나고 투자수익률은 하락하기 때문에 정태적(情態的)으로 가격 제어 효과가 있다. 그런데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선호지역에 대한 주택건설 투자와 공급이 장기적으로 위축되면 동태적(動態的)으로 부동산 가격을 다시 상승시키는 압력이 된다.

이를 막으려 조세부담을 더 높이면 선호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가계는가처분소득에 압박을 받아 소비가 위축된다. 매각 시점에 실현되는 양도소득이 아니라 보유 과세로 미실현 소득에 대해 세금을 증가시키면 그런 부작용은 더욱 두드러진다. 소득 흐름이 없는 은퇴 노년층을 중심으로 납세 능력에 괴리가 있어 납세 시점과 세액에 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비선호 지역에 주택을 소유한 가계는 불충분한 소득에도 주거용 주택을 부채를 끼고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부채부담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보유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이들은 직접 증세 대상이 아니어도 소비가 위축된다. 또 가처분소득 압박과 소비 부진으로 경기 악화가 심화되면 무주택 취약계층도 일자리에 타격을 입는다. 모든 계층이 어려워지며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은 채 경기가 가라앉는 것이다.

또 현재처럼 행정부가 공시지가를 조정해 실질 세금부담을 높이는 방식은 재산권 침해에 관한 우려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조세부담 의무가 있는 것과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세금의 실질부담을 늘리는 것은 다른 맥락이다. 특히 자의적인 조세 집행의 불확실성은 투자와 경제 성장에 주요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다. 더구나 주택 투자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조세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

정책 실패로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됐는데 미실현소득 과세와 자의적 세액 결정 등 조세부과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과세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성장은 저해되고 경기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불경기가 지속되면 결국 실업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는 가운데 대부분 계층이 소득 감소로 어려움을 겪으며, 주택 보유자에 대한 조세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경제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이런 연쇄효과를 고민하지 않고 선호지역의 부동산 가격과 싸워 이기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주택시장은 본인 거주든 부모 봉양이든, 은퇴 이후를 위한 투자 목적이든, 삶의 다양한 필요가 있는 시장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로 참여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거래의 장(場)이다. 불완전한 요소나 불법 행위는 핀셋 규제로 대응하고 서민들의 기본적인 주거 안정성을 위한 복지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시장원리를 적대시하고 맞서려 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시도는 언제나 실패했고 규제효과보다 훨씬 더 큰 부작용을 초래했다.

교통이 편리하고 교육여건이 좋은 곳에서 살면서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싶은 일반인의 보편적인 욕망을 선악으로 재단하고 징벌적으로 규제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어떻게 하면 선호지역에 공급을 늘릴지, 다른 지역도 선호되는 주거여건을 갖추도록 할지 고민하는 데서 부동산 정책이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