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어 스페인, 덴마크도 이라크 일부 병력 인접국으로 일시 재배치…나토도 임시 철수
영국 "이라크 원하면 철군할 수 있다"…프랑스·이탈리아는 "철수 계획 없다"
"EU 19개국 병력 3천여명 이라크 주둔…유럽 병력 최종 철수시 IS 부활 저지 차질 우려"
유럽 각국, '전운 고조' 이라크 주둔 병력 잇따라 철수 움직임
미국과 이란 간 전운이 고조되면서 독일에 이어 스페인과 덴마크도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자국군 일부를 인접국으로 재배치하기로 하는 등 유럽 국가가 잇따라 병력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취재진에게 안전에 대한 우려로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바그다드에 주둔하고 있는 일부 병력을 일시적으로 쿠웨이트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날 새벽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에르빌 기지 등 미군이 주둔한 군사기지 최소 2곳에 탄도미사일을 발사, 중동의 긴장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이 지난 3일 미군 무인기(드론)의 공습으로 폭사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위한 보복 작전이라고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번 결정은 덴마크군 지휘부의 조언에 따른 것으로, 이라크에 있는 자국 병력 130명 가운데 30∼40명만 이라크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쿠웨이트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카르멘 칼보 스페인 부총리 대행도 이날 현지 매체에 이라크 주둔 자국군 일부를 철수, 쿠웨이트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독일 정부 역시 이라크군 및 쿠르드 민병대 훈련을 위해 이라크에 배치된 독일군 120명 가운데 30명을 요르단과 쿠웨이트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독일 당국은 이 같은 조치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밝혔으나 집권 기독민주당 대표인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부가 독일군의 주둔을 더 이상 원하지 않으면 남아있는 병력도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이라크 의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미군 등 외국 군대가 이라크에서 철수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가결한 바 있다.

유럽 각국, '전운 고조' 이라크 주둔 병력 잇따라 철수 움직임
이라크에 4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는 영국의 벤 월리스 국방장관도 지난 7일 하원에서 이라크가 원한다면 현지 주둔 중인 영국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안전을 우려해 지난 4일 이라크에서 훈련 임무를 중단한 데 이어 7일에는 이라크에서 일부 병력을 다른 지역으로 일시 철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 각국의 병력은 그동안 이라크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 격퇴 및 부활 저지를 위한 작전의 일부로 현지 병력 훈련 임무를 수행했다.

EU 전문매체 'EU옵서버'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19년 말 기준으로 이라크에 유럽연합(EU) 19개국에서 3천여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EU 10개국의 200여명이 나토 소속으로 배치돼 있다.

만약 유럽 각국의 병력이 최종적으로 철수할 경우 IS 부활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내다봤다.

EU 역시 이라크에 외교관 등으로 구성된 파견단이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대피 계획은 없다고 피터 스타노 EU 대변인은 말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이라크에서 자국 병력을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