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에서 집단 발생한 원인 불명의 폐렴이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등 인접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우한시 보건당국은 이번 폐렴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지만 환자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해당 국가엔 비상이 걸렸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14일 이내 우한을 다녀왔다가 발열, 호흡기 감염, 폐렴 등의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전날 추가로 8명 확인됐다고 홍콩 보건 당국이 밝혔다. 환자 중에는 아홉 살 남자 어린이와 두 살 여아, 22~55세 사이의 남성 네 명과 여성 두 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우한을 다녀온 홍콩 여성이 지난 2일 코와 인후 감염 증상을 보여 처음으로 격리 조치된 뒤 우한을 다녀왔다가 병세를 보여 격리된 홍콩인 수는 모두 17명으로 늘어났다. 격리된 17명 중 5명은 병세가 호전돼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가 늘어나자 홍콩 보건당국은 질병 대응 수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우한 여행객을 중심으로 감염 여부를 추적 조사하고 있다. 또 공항에 고열 환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를 추가 배치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홍콩 보건당국은 “중국 본토 당국과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며 “홍콩인들은 여행할 때 수산시장을 피하고 야생동물 고기를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홍콩에 이어 싱가포르에서도 첫 번째 폐렴 의심 환자가 나왔다. 싱가포르 보건당국은 우한 폐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의심되는 중국 국적의 세 살 여자아이를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우한을 여행했지만 폐렴 환자가 집중 발생한 수산시장에는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보건당국은 현재 환자가 안정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샘플을 채취해 관련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대만도 지난달 31일 우한에서 돌아온 6세 어린이가 발열 증상을 보여 검역을 강화했다. 마카오 당국도 최근 우한을 방문했다가 폐렴 등의 증상을 보인 환자가 네 명이라고 밝혔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폐렴에서 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조류 인플루엔자, 독감 등 호흡기 원인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어 “병의 원인에 대해선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까지 중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59명으로 늘어났으며 이 중 일곱 명이 중증 환자다. 나머지 환자는 증세가 안정적이라고 우한 당국은 밝혔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발병의 근원지로 알려진 화난(華南) 수산시장 상인들이다.

우한 당국은 기초 조사 결과 지금까지 사람 간 뚜렷한 전염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고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도 전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환자들과 밀접히 접촉한 163명에 대해서도 관찰했지만 발열 등 이상 증세는 현재까지 없었다고 했다.

우한시 보건당국이 부인했지만 원인 불명 폐렴 환자가 늘어나면서 중국에선 사스가 재발한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2002년 중국 광둥성에서 발병한 사스는 주변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37개국에서 774명이 사망했다. 이 중 중국 본토에서 349명, 홍콩에서 299명이 사스로 인해 숨졌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