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레미콘 업체 유진기업이 건자재 유통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레미콘 기반의 영업자원을 적극 활용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이다. 자금 지원 부담이 큰 계열사도 일부 매각해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진기업, 건자재 유통 강화…재무구조 개선 '안간힘'
28일 유진그룹의 사업지주회사인 유진기업에 따르면 회사의 건자재 유통 부문 매출이 올 1~9월 1930억원을 나타냈다. 전년 같은 기간(1405억원)에 비해 40%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2013년 철근으로 출발한 건자재 유통 품목을 최근 구조재(시멘트와 파일 등)에 이어 타일, 욕조, 가구, 창호, 도료 등으로 빠르게 확대한 결과다. 건자재 유통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1~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유진기업은 2012년 하이마트를 매각하면서 유통사업에서 철수했다. 아울러 2013년까지 보유 시멘트 공장을 두 차례에 걸쳐 매각함으로써 레미콘에 집중된 사업 구조로 재편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주택공급 물량 축소로 레미콘 출하량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신규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17년부터 공격적으로 건자재 부문을 확대한 배경이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도 “기존 자원을 현명하게 분배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사업 구조 재편을 독려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9월까지 유진기업의 레미콘 부문 매출은 391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 줄었다. 2014년만 해도 88.8%였던 레미콘 부문의 매출 비중도 올해 1~9월 누적 기준 64.9%까지 내려왔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 지분 매각과 계열사 통폐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현대산업을 비롯한 계열사 10곳을 합병한 데 이어 최근에는 냉장·냉동 업체인 유진초저온 지분 전량(50%)을 미국 자산운용회사에 팔았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사업 연관성이 낮고 수익성이 좋지 않아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유진기업이 유진초저온에 제공한 1896억원 규모의 지급 보증도 사라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양호한 수도권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데다 계열사 지원 부담도 축소하는 추세”라며 “재무구조의 완만한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확대하고 있는 건자재 유통 사업의 낮은 수익성은 고민거리다. 2016년 10.7%에 달했던 유진기업의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은 지난해 7.4%로 떨어졌다. 올 들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5.6%를 나타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