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의 전직 이사들이 ECB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지난달 ECB의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재개 결정 이후 독일을 주축으로 한 매파(통화 긴축 성향)와 비둘기파(통화 확장 성향)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르겐 슈타르크, 오트마르 잇싱 등 ECB 전직 이사와 각국 중앙은행 관료를 지낸 이들이 성명을 통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의 통화정책을 비판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들은 ECB의 통화정책이 잘못된 경기 진단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성명에서 “2014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ECB는 매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정당화했다”며 “하지만 디플레이션은 없었고 이는 적정한 물가상승률을 추구하는 ECB 정책 목표의 논리를 무너뜨렸다”고 꼬집었다.

ECB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 경기 부양을 위해 예금금리를 연 -0.4%에서 -0.5%로 0.1%포인트 떨어뜨렸다. 또 채권 매입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3년 만에 가장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ECB 집행이사회 6인 중 매파 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내며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직 이사들은 ECB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 재개에 대해서도 “ECB가 이미 통화를 풀어 각국 정부 재정을 직접 지원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는 마스트리흐트 조약(유럽연합에 관한 조약)에 의해 엄격히 금지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