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매매가격이 가장 높은 아파트로 꼽히는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 지난달 초 전용면적 101㎡가 신고가를 기록하며 실거래됐다.  한경DB
울산에서 매매가격이 가장 높은 아파트로 꼽히는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 지난달 초 전용면적 101㎡가 신고가를 기록하며 실거래됐다. 한경DB
울산 집값이 2년 반 만에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집값을 짓누르던 새 아파트 공급이 내년부터 급감할 예정인 데다 자동차와 조선업 경기가 개선되고 있어서다.

2년6개월 만에 상승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다섯째주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6%를 기록했다. 지난주 132주 만에 반등한 데 이어 2주째 상승세가 이어졌다. 2017년 3월 둘째주 이후 내리 떨어지던 집값은 지난달 중순 남구와 울주군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남구는 이번주 조사에서 0.11%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오름폭을 키웠다. 중구(0.08%)와 북구(0.03%)도 이번주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가를 쓴 단지도 나왔다.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아아피크2단지’ 전용면적 101㎡는 지난달 초 7억1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연초 같은 층 거래가격보다 6000만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이 단지는 울산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힌다. 인근 ‘대명루첸’ 전용 83㎡는 여름 이후 줄곧 4억원 후반대에 거래되면서 연초 가격을 웃돌고 있다. 인근 감동공인의 정순근 대표는 “남구 일대는 울산에서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뛰어난 지역”이라며 “신축 단지 가격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집값 '131週 하락' 멈추고 2주째 반등
조선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던 현대중공업 인근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3억원 초중반대까지 밀렸던 동구 전하동 ‘e편한세상전하’ 전용 84㎡는 최근 3억7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차츰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입주 10년 안팎 된 단지의 하락세는 완전히 멈추는 조짐”이라며 “전세 물건도 신축 위주로만 동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3년 가까이 이어진 공급 부담이 끝나가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울산에선 2017년 이후 올해까지 매년 평균 1만 가구가량의 새 아파트가 공급됐다. 송정지구와 호계지구 등 북구에서 택지와 도시개발사업이 대규모로 이뤄진 영향이다. 올해에는 대부분 단지의 입주가 마무리됐다. 내년부턴 공급량이 급감할 예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울산에서 입주하는 새 아파트는 2941가구로, 올해(1만1058가구)의 4분의 1 수준이다. 2021년엔 661가구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경제를 휘청하게 했던 제조업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것도 집값 내리막이 끝난 이유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가 발표한 ‘수출입동향보고서’에서 지난 5월 울산의 수출 규모는 64억8800만달러(약 7조75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58억4000만달러) 대비 11.1% 증가했다. 1~5월 수출 총액은 294억5991만달러로 침체 직전인 2015년(317억1462만달러)에 근접했다. 동구 B공인 관계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호조로 현대자동차 공장 라인 증설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도 상반기 울산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울산 자동차산업이 SUV와 고급차, 친환경차 상품 경쟁력 강화로 개선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 상승은 일러”

울산 집값 '131週 하락' 멈추고 2주째 반등
그러나 제조업 경기 회복의 온기가 부동산시장 전반으로 돌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조선업이 세계 수주량 1위를 되찾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당장 현대중공업은 8월까지 올해 수주 목표(80억달러)의 27%(34억달러)를 채우는 데 그쳤다. 최정수 리치공인 대표는 “중공업 고용이 늘면 구축 아파트와 원룸 등의 임대 수요가 크게 증가해야 하지만 아직 그 정도 단계까지 오진 않았다”며 “지난 1년 반 동안 동구 일대 중개업소 100여 곳이 문을 닫았을 정도로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수심리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미분양은 오히려 증가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울산 미분양 아파트는 7월 기준 1359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300가구가량 늘었다. 2014년 5월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여름 북구 중산동에서 입주한 ‘일동미라주’는 전체의 4분의 1인 108가구가 아직도 빈 집이다.

2년 전 대량 입주한 단지들의 전세 물량 출회와 연말 입주가 겹치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C공인 관계자는 “연말까지 1500가구 이상의 입주와 재작년 대량 입주한 단지들의 전세 만기가 겹친다”며 “전셋값이 밀리면 매매가격도 다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울산 부동산시장은 지역별로 온도차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며 “전반적인 상승세가 나타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