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 업계와 투자은행(IB)들이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IB들은 위안화 환율이 올해 말까지 달러당 7.3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외환 트레이더들을 인용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1위안 선을 넘어서자 중국 수출 기업들이 환헤지 물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안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 효과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헤지 물량을 축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품 가격이 낮아져 중국 수출 기업들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7위안을 뚫고 7.1위안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IB 업계도 위안화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연말이면 달러당 7.3위안까지 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 CLSA의 에릭 피시위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달러당 7.1위안 선에거 거래되는 위안화 환율이 올해 말까지 3% 가까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의 실물경기 둔화와 위안화 가치 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3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 정부가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까지 올리면 위안화 환율은 7.5위안을 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달 5일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한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3.8% 떨어져 1994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위안화 가치가 급락했지만 중국 정부는 보유 외환을 파는 방식을 통한 위안화 가치 방어에는 적극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선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위안화 기준환율을 올리고 있는 중국 당국이 미세조정에 실패해 대규모 자본 유출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