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여러 차례 사형제 부활 찬성 입장 밝혀
실제 사형제 부활하면 터키의 EU 가입 협상 사실상 종료

터키 에르도안, 공분 일으킨 살인에 "사형 부활 찬성"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최근 공분을 일으킨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사형제 부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터키 방송 CNN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국회가 사형제 부활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법안을 승인하겠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전 남편이 카페에서 이혼한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을 언급하며 사형제 부활을 주장했다.

지난 18일 에미네 불루트(38)라는 여성은 10살 난 딸의 눈앞에서 전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불루트가 숨지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하면서 이 사건은 터키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 측근들조차 사형제를 복원할 경우 유럽국가들이 보일 반응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신이 불루트의 친척이라면 어떤 심정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오래 전부터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한 터키는 1984년을 끝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고, 2004년 법적으로 폐지했다.

EU가 가입 조건 중 하나로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신 터키는 가석방이 극도로 어렵거나 불가능한 '가중처벌 종신형'을 도입했으며, 터키 법원은 지난 2016년 쿠데타를 주도한 아킨 외즈튀르크 전 공군 사령관에게 가중처벌 종신형을 선고했다.

터키 에르도안, 공분 일으킨 살인에 "사형 부활 찬성"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무엇인가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사형제를 복원할 것"이라며 여당인 정의개발당(AKP)도 사형제 부활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은 유럽에 사형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미국의 여러 주는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형제 부활 법안이 터키 국회를 통과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 경우 수십년간 끌어온 터키의 EU 가입 협상은 사실상 파국을 맞게 될 전망이다.

유럽평의회(CoE)의 유럽 인권협약과 EU 기본권 헌장은 사형제를 절대 금지하기 때문이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실제로 사형제 부활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사형제 부활에 찬성한다는 발언을 해왔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그는 2017년 4월 개헌안 투표 독려 연설에서 "사형제 부활 법안에 망설임 없이 서명하겠다"고 말했으며, 2016년 10월에도 "사형제 부활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곧 재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