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가 “10월 31일 이전에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이틀째인 25일 첫 내각회의에서도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BBC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첫 내각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모두 알다시피 이 나라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에 중대한 임무가 우리 앞에 있다”며 “10월 31일, 사실은 그 이전에 EU를 탈퇴하는 것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연설에서도 “만약도 예외도 없다(no ifs, no buts)”며 10월 말 이전에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로 인한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 더 나은 합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또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원치 않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영국과의 재협상은 없다는 EU 집행부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존슨 총리는 전날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내각 주요 보직에 배치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전임 내각의 총 23명 각료 중 17명을 한꺼번에 물갈이해 집권 보수당에서도 “여름날의 대학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英 존슨 총리 "10월 31일 이전 EU 탈퇴"…'브렉시트 내각' 출범
내각 ‘2인자’ 자리인 재무부 장관에는 사지드 자비드 전 내무부 장관이 선임됐다. 자비드 장관은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존슨 총리와 맞붙었다가 탈락한 뒤 존슨 지지를 선언했다. 존슨 총리와 당대표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경쟁한 제러미 헌트 외무부 장관은 바로 교체됐다. 이 자리에는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이 기용됐다. 랍 장관은 지난해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마련한 EU와의 브렉시트 합의문에 반발해 사임했을 만큼 강경한 브렉시트파로 분류된다. 후임 내무부 장관에는 인도계 여성 프리티 파텔 전 국제개발부 장관이 발탁됐다. 국방부 장관엔 존슨 총리의 오랜 동료인 스코틀랜드 출신 벤 윌러스 전 안보장관이 임명됐다.

이외에도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이들이 내각에 대거 중용됐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존슨 총리와 함께 ‘EU 탈퇴파’를 이끌었던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은 존슨 내각에서 총리 비서실장 격인 랭커스터 장관에 지명됐다.

당대표 경선에서 존슨 총리를 지지한 리즈 트러스 재무부 수석 부장관은 국제통상부 장관에 임명됐다. 중국 화웨이 부품 사용과 관련해 국가안보회의(NSC) 논의 내용을 유출해 메이 전임 내각에서 해임된 개빈 윌리엄슨 전 국방부 장관은 교육부 장관으로 복귀했다.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 맷 핸콕 보건부 장관, 앰버 러드 고용연금부 장관은 유임됐다.

존슨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자신의 가족을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의 남동생인 조 존슨 보수당 하원의원을 비즈니스·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으로 전격 임명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