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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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어딜 가든 이 얘기 뿐이었다. 분양가 상한제.

부동산 시장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일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는 발언에 요동쳤다. 주초에는 '그냥 떠본거 아니겠느냐'였지만 대정부 질문과 공식적인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상황을 보면서는 얘기가 달라졌다.

"대체 언제 부터야?", "어떻게 해야돼?" 등이었다. 이제 호불호, 진위 문제가 따질 때를 지나서 대응방안을 고민해야하는 시기가 됐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쪽을 맡고 있는 부문들은 더욱 그랬다. 건설업계를 비롯해 시행사, 디벨로퍼, 분양대행사, 정비업계에서의 조합 등은 정해진 가격에 어떻게 수지타산을 계산해야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지만 고민할 새도 없이 예상 성적표를 발표해 버린 곳은 금융투자업계였다. 미래의 투자가치를 분석하는 증권사답게 '분양가 상한제는 건설업계에 악재'라며 잇달아 부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특히 주택사업을 주로 하는 건설사들에게는 가차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공급(분양)이 원활치 않아 실적이 불확실한 와중에 악재까지 떨어졌으니 부정적 의견을 피할 수 없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목표주가를 하향하거나 투자의견을 바꿀 수 있다는 보고서들이 쏟아졌다. 투자심리는 당연히 위축됐다.

국내에서 아파트 공급 1위로 '자이' 브랜드를 갖고 있는 GS건설의 주가는 지난 10일 장중 3만4950원까지 내려왔다. 지난 10월 4일 기록했던 지난 1년간 최고점(5만6500원)에서 38.1% 하락한 수준이다. 새로운 '푸르지오'를 내세우며 주택사업에 불을 붙였던 대우건설 역시 지난 12일 주가가 4550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30일 기록했던 최저점(4300원)에 근접한 상황이다. 그나마 다른 사업부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거나 해외사업을 주력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버티는 편이었다.

사실 건설주들은 문재인 정부의 덕을 보기도 했다. 지난해 남과 북의 평화무드가 조성됐을 때에는 경협(경제협력) 기대감에 한 동안 고공행진을 보이기도 했고, 3기 신도시 발표나 광역 교통망 발표 시기에도 반짝 상승세를 연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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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문제는 어디가서 '먹거리'를 찾을 것이냐다. 매출로 인식되는 수주를 받아 계획적으로 사업을 꾸려가는 게 건설주 투자의 매력이다. 예정된 매출이 있으니 돈만 잘 들어오면 만사형통이다. 국내 사업에서는 현재로써 안정적인 사업이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목소리다. '그러니까 해외에서 사업을 수주하면 될 게 아니냐'는 말도 있을 법 하지만, 건설사들에게는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다.

국내 시장이 정책에 따라 급변했던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해외로 진출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중동 쪽에 의지하고 있던 사업들이 국제 유가 하락과 함께 줄줄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해외의 잠재손실을 실적에 반영한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던 시절이 10년도 되지 않았다. 해외건설에 있어서 잔뼈가 굵은 기술자들의 인력을 대폭 줄이고 구조조정을 한 게 엊그제 얘기다. 그러면서 해외수주 보다는 안정적인 주택사업의 비중을 늘였지만, 결국엔 정부 정책에 또 휘둘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대형 건설사를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당장은 건설사들이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정책의 변화와 사업의 위험성을 부담할 수 있는 건설사는 대형사 정도일 것이다. 현재 정책 기조로는 공급이 위축되고 공사 현장이 줄어들 게 뻔한 상황이다. 이렇게 버티는 동안 중소형이나 지역 건설사들은 당장 먹고 살 일이 빠듯하다.

건설 현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로 공기(공사기간)가 늘어났고, 일용직 근로자들의 처우는 둘째치고 나갈 현장이 사라지고 있다. 후분양까지 언급되면서 자금흐름을 걱정해야하는 중소형 건설사들에는 기회조차 사라지게 됐다.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이 아니라 아예 먹을 게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좋은 물건을 싼 가격에 산다"는 이상적인 말이다. 물건을 이동할 수 없어 교역이 불가능한 부동산의 경우, 이 말이 성립되기는 더욱 어렵다. 건축비를 따지기 전에 우선 정해진 곳인 땅의 값을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땅 값이 높은 이유가 주인이나 조합의 탐욕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면 되묻고 싶다. 주인이 없을 정도로 이름도 연고도 없는 땅에 싸게 지은 집에 들어가 살지를 말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