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가 많아 ‘알짜 점포’로 평가받던 주요 서울 지하철 내 상가들이 사라지고 있다. 2015년 2000개가 넘던 서울 지하철 점포는 4년 새 240개가량 감소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매출 대비 높은 임차료를 버티지 못해 자영업자는 물론 대기업 프랜차이즈까지 잇따라 지하철 상가를 떠나고 있다.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역사 내 빈 점포들에 셔터가 내려져 있다.  /배태웅 기자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역사 내 빈 점포들에 셔터가 내려져 있다. /배태웅 기자
썰렁해진 지하철 상가

26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지하철 점포는 1816개다. 2013년 1573개에서 2015년 2055개까지 늘어났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 중 민간에 임대를 주고 있는 점포는 1617개로 2017년(1632개)보다 줄었고, 공실률은 11%에 이른다. 서울지역 대형 상가건물의 공실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7년 지하철 상가 공실률은 15.9%로 더 높았지만 서울교통공사가 2년간 빈 점포를 125개 없애면서 그나마 공실률이 낮아졌다.

주요 환승구간 지하철 역사를 살펴보면 지하철 1, 4호선이 지나는 서울역은 9개 점포 중 세 곳만 운영되고 있다. 지하철 2, 5호선이 지나는 충정로역도 9개 중 두 곳만 운영 중이다. 1, 2호선이 지나가는 시청역은 12개 점포 가운데 임대 중인 곳이 절반(6개)에 불과하다. 2, 5호선이 지나는 영등포구청역에선 2호선 일대 상가가 한때 모두 공실이 난 적도 있다. 시청역에서 의류 장사를 하는 김모씨(47)는 “몇 년 전부터 가게들이 빠져나가더니 현재 1호선 부근에는 한 곳만 남았다”며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빼면 자영업자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단독] 인건비도 안 나오는 지하철 상가…4년새 240곳 사라져
“3~5배 비싼 임차료 못 견뎌”

자영업자들이 지하철 점포에서 줄줄이 짐을 싸는 이유는 임차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지역 대형 상가 건물의 월평균 임대료는 ㎡당 5만7890원이다. 40㎡ 정도 소형 점포 기준으로 매달 평균 230만원을 낸다는 얘기다. 반면 지하철 상가는 이보다 3~5배 비싸다. 신촌역의 경우 점포당 월평균 임대료는 2016년 23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가 2017년 2079만원, 2018년 1863만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인근 대형 상가의 임대료보다 높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입점 경쟁을 벌이면서 임차료는 치솟았지만 매출은 줄어 버틸 수가 없다는 게 상가 상인들의 설명이다.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지하철 점포는 2014년 1000개(비중 68%)에서 작년 9월 기준 796개(51%)로 감소했다. 대신 대형 프랜차이즈 상가들이 477개에서 750개로 늘었다. 공덕역에서 옷가게를 하는 이모씨(42)는 “프랜차이즈 간 경쟁으로 임차료가 수천만원으로 뛰어올랐다”며 “자영업자는 인건비도 못 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이 떠난 점포를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차지했지만 이들마저도 최근엔 지하철 점포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화장품업체인 네이처리퍼블릭은 2015년 73개의 지하철 점포를 운영하다가 지금은 60여 개로 줄였다. 경쟁업체인 에이블씨엔씨도 한때 100여 개였던 지하철 점포를 37개만 운영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와 더불어 온라인 구매 증가 등으로 소비패턴이 변화하면서 지하철 점포 공실률도 올라가고 있다”며 “임대료가 실제 상권 수요에 비해 과장된 게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지하철 점포 수가 줄면서 서울교통공사의 임대료 수입도 쪼그라들었다. 2018년 890억원으로 전년(985억원)에 비해 9.6% 줄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임대가 안 되는 상가를 꾸준히 통폐합하거나 철거하고 있으며 임대료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