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공짜 지하철' 손실 年 7000억…지자체 편든 與 "정부가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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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지자체 "국고 지원을"
정부 "지자체가 해결하라"
국민 4명 중 1명 공짜 이용
정부 "지자체가 해결하라"
국민 4명 중 1명 공짜 이용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이달 중순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무임승차 손실분을 정부가 메워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무임승차 제도가 시작됐기 때문에 원인 제공자인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박홍근 의원은 “코레일은 무임승차 비용의 약 50%를 정부가 지원해준다”며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한 무임승차는 1984년 5월 시작됐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개통식에 참석해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 승차를 약속했다.
지난 40년간의 무임승차로 철도 공기업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5389억원. 이 가운데 무임수송 비용이 3540억원(65.7%)에 달했다. 이용 인원만 2억6100만 명이다.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6대 도시를 합치면 무임승차 비용이 5892억원으로 늘어난다.
무임승차 폐지하고 싶지만…

전국 무임승차 인원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누적 적자는 작년 기준 14조3682억원이다. 서울시는 2023년까지 필요한 3조원 규모의 노후 시설 교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 의원은 “결국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안전 문제로 시민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여권과 지자체의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철도 신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국고가 지원되는 만큼 운영비는 지자체가 감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노후 시설 안전 투자와 관련한 예산을 올해 308억원 반영하는 등 꼭 필요한 곳엔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내심 원하는 해법은 무임승차 제도 전면 폐지다. 그러나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할 경우 큰 반발이 예상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철로로 연결된 충남 아산 온양온천이나 강원 춘천 등 지역 경제가 노인 방문 감소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노인 기준연령 70세로 올려야
노인 기준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면 전국 6개 지자체 무임 손실분의 약 20%가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연령 상향으로 영향을 받는 노인이 서울에서만 46만4347명에 달해 정치권이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예산에 국고 보전 방안이 담기지 않으면 지하철 요금을 올릴 예정이다. 200원 인상안을 포함해 여러 방안이 서울시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요금은 2012년에 150원, 2015년에 200원 인상됐다. 다만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를 일반 시민이 대신 부담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후 기사의 임금 인상액을 요금 인상으로 메우기로 한 ‘버스파업 사태’와 판박이다.
박 의원은 “서울 부산 등 지자체와 해당 지역 의원들이 연계해 지속적으로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황희 민주당 의원이 낸 도시철도법 개정안 통과도 추진한다. 이 법안은 무임승차 등 정부의 공익서비스로 발생한 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도록 한 법안이다. 2017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