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파생상품시장 경쟁력 높이려면
한국 최초의 장내 파생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이다. 무역이 국가 경제를 이끄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원자재 또는 통화선물보다 주가지수선물이 먼저 도입된 것은 특이하다.

국내 수출입기업은 1970년대 해외 원자재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위험관리 목적으로 해외 금융선물 거래를 일부 시작했다. 원자재 및 금융선물의 국내 도입 논의가 답보 상태였던 1992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허용됐고, 이후 주식시장의 위험관리 수요 증가로 1996년 코스피200 선물이 상장됐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환율 및 금리 변동성 위험 관리의 필요성도 증대돼 1999년 미국달러선물, 3년국채선물 등도 상장됐다.

KRX 파생상품은 지난해 거래량 기준 세계 9위를 기록하는 등 단기간에 세계적 시장으로 성장했다. 파생상품 본연의 경제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주가지수, 개별주식, 국채, 미국달러 파생상품 등을 통해 국내외 경제주체들이 가격변동 위험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코스피200 및 미국달러 파생상품은 밤사이 발생하는 글로벌 이벤트에 대한 실시간 위험관리 수단이 되는 한편 다음날 주가 및 환율시장을 예측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ELS, ETN, ETF 등 혁신적인 금융상품 개발을 촉진하는 기능도 한다.

그러나 KRX 파생상품시장은 부족한 상품, 경직적인 시장제도, 미흡한 정보기술(IT) 인프라 등으로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역할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헤지·차익거래 등 다양한 수요가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참여 증대는 다양한 수요 기반 확대로 이어진다. 이는 실수요자의 거래 체결 원활화, 현·선물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 증대, 핀테크 등을 활용한 인프라의 선진화도 가능하게 한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한 단계 재도약하려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형태와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때마침 KRX와 국제선물업협회(FIA)는 투자은행, 헤지펀드, 프롭트레이더 등 다양한 글로벌 투자자가 참석하는 파생상품 콘퍼런스를 14일 부산에서 연다. 올해는 부산 파생상품 거래 개시 20주년 및 파생 특화 금융중심지 지정 10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행사는 글로벌 투자자들과 함께 파생상품시장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