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자치 정책 '상향식 공통성'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1987년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한 이후 1995년 통합지방자치선거를 통해 지방자치의 본궤도에 진입했다. 지난 20여 년을 중앙정치와 분리된 지방정치를 만들어내는 ‘지방자치의 낮은 단계’로 본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지방 분권’ 단계로 가는 전환의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정부의 재정적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현재의 8 대 2에서 7 대 3으로 재배분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그 한 예다.

교육(지방)자치 영역에서도 큰 진전이 있다. 교육부가 독점하던 권한 중 국가교육과정이나 중장기 교육제도에 관한 결정은 국가교육위원회로, 초·중등교육의 권한은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방분권화의 긍정적 흐름과 함께 지방자치 시대는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과거 정부 정책은 중앙에서 결정해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동일하게 집행하는 ‘하향식 획일성’의 방식이었다. 이제는 지자체 정책이 각개약진이나 파편화로 가지 않도록 새로운 ‘상향식 공통성’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이미 일반 지방자치 영역에서 이런 각개약진과 파편화의 고민이 나타나고 있다. 나비축제, 산천어축제의 성공에 힘입어 전국 지자체마다 축제를 만들어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축제들이 양산되는 ‘과잉 축제’의 나라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는 지자체마다 무상복지 영역을 확대하려고 노력한다. 복지는 필요하지만 각개약진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서울의 한 지역 아파트에선 노인수당을 20만원 받는데, 다른 쪽은 100만원을 받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같은 정당 소속 지자체장인 경우라면 불일치에 따른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장이 선거로 뽑히는 제도가 지속되는 한 다음 선거를 위한 선심성 정책과 매력적인 혜택을 유권자에게 주고 싶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각개약진이 이뤄지고 그것이 때로는 새로운 갈등으로 나타나며 불필요한 비용까지 치르게 한다.

이런 점에서 분권을 확장하면서도 분권을 향유하는 지자체 간에는 적극적으로 ‘상향식 공통성’을 형성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시·도 간, 또는 군 단위 지자체 간, 또는 교육청 간에 공통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은 하향식 획일성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직선 단체장의 독립성을 전제로, 협의적 혹은 합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성공적인 작은 예를 들어보자. 그동안 17개 시·도교육청은 각각 비정규직 교섭을 해왔다. 최근에는 전국 공통교섭을 통해 큰 골격을 정하고, 그 골격 내에서 시·도교육청별로 하위 수준의 개별교섭을 하게 됐다. 일종의 산별교섭과 기업별 교섭을 병행하는 식이니 노조와 교육청 모두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각 지자체가 공통성의 큰 그림 안에서 공동보조의 프레임을 정하고, 개별 지자체 단위에 맞게 특징을 살린다면 각개약진으로 인한 비효율과 갈등 등을 예방하고, 성숙한 미래지향적 지방자치의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분권의 확장이 절대선이다”란 문제 설정만 있었지, 분권 이후의 공통성을 고민하진 않았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문제 설정을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모두가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