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세 번째)과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첫 번째),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두 번째) 등 택시·카풀업계 대표자들이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카풀 서비스 합의안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았다.  /연합뉴스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세 번째)과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첫 번째),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두 번째) 등 택시·카풀업계 대표자들이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카풀 서비스 합의안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았다. /연합뉴스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가까스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며 봉합되는 듯했던 카풀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카카오를 제외한 카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우린 합의안을 따르지 않겠다”며 공동 행동에 나섰다. 카카오가 카풀업계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합의를 자의적으로 맺은 것은 ‘독점 추구’나 마찬가지라며 이 회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방안까지 저울질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풀러스, 위풀, 어디고 3사 대표는 전날 모여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안에 대한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올초 카풀 시범서비스를 중단한 카카오를 제외하면 카풀 앱(응용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거나 출시가 임박한 업체는 이들 세 곳뿐이다.

이들은 카풀을 평일 오전 7~9시, 오후 6~8시에만 허용하기로 한 타협안이 ‘잘못된 합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합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대국민 서명운동을 준비하기로 했다.
카카오 뺀 카풀업체 "대타협案 거부…24시간 서비스 강행"
공정위에 카카오모빌리티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신고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고 한다. 카카오가 합의 과정에서 중소 카풀업체의 의견을 듣지 않았고, 향후 서비스를 재개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사실상 독점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한 카풀 스타트업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계획은 아니라 조심스럽다”면서도 “그런 논의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카풀 스타트업들은 이전부터 대기업의 시장 잠식을 우려해 카카오에 비판적인 기류가 강했다.

어디고 운영업체 위츠모빌리티의 문성훈 대표는 “이번 합의안은 카카오 카풀에 한정된 것으로 우리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위풀을 내놓은 위모빌리티의 박현 대표도 “대타협 기구에서 얘기한 시간 제한은 우리와 상관이 없다”고 했다.

세 업체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안을 따르지 않는 ‘24시간 카풀’ 서비스도 강행하기로 했다. 풀러스는 이달 들어 거리요금과 연결비를 완전히 폐지한 ‘무상 카풀’을 도입하고 시간·횟수 제한 없이 운영하고 있다.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20~30대 젊은 층의 지지가 있는 만큼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혁신을 멈추지 않고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어디고, 이달 출시를 앞둔 위풀은 승객과 운전자가 집·직장 주소를 미리 등록하면 최적의 동선을 맞춰 연결해주는 방식을 내세웠다. 즉석에서 카풀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택시업계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카카오는 업계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따로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국회가 합의안을 반영해 관련 법을 개정하는 대로 카풀을 재개할 계획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대타협 기구에 앞서 여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될 때도 카풀 스타트업들이 의견을 개진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며 “어렵사리 타결된 합의의 빛이 바랠까 우려된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