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보다 높아진 배당수익률…'순이익 2배' 배당으로 쏜 기업도
삼성전자 배당수익 첫 3%대
주주가치 제고·행동주의 펀드 압력에 기업들 잇따라 배당확대 대열 동참
현대車 배당성향 26.8%→70.7%로…매출 상위기업은 이미 '글로벌 수준'
주가 하락도 배당수익률 상승한 요인
포스코대우는 지난 1일 주당 600원을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1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줄었지만 배당은 617억원에서 740억원으로 20% 늘었다. 배당성향은 35.1%에서 47.7%로 높아졌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니켈 광산 손상차손 등 일회성 요인으로 순이익이 줄었다”며 “일회성 요인이 재발하지 않는다면 올해 주당 배당금은 800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순이익이 줄어든 기업까지 배당 확대에 동참하거나 높은 배당을 유지하면서 국내 매출 상위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급상승하고 있다. 현대차 배당성향은 2017년 26.8%에서 작년 70.7%로 뛰었고, 포스코(47.3%), KT(39.2%), LG화학(31.2%), 기아차(31.2%) 등도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139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89억원을 배당한 SK네트웍스의 배당성향은 215.7%에 이른다.
대신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증시의 배당성향 추정치는 47.1%, 신흥국 증시는 35.4%였다. 한국 전체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20.3% 수준이지만, 매출 30대 기업(지주·금융회사 제외) 중 결산배당 공시를 한 22개 기업의 배당성향은 평균 37.1%에 달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등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가들이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배당에 관한 기업 경영진의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예금보다 높아진 배당수익률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주가는 급락했는데 배당이 늘었기 때문이다. 20개 주요 기업의 지난해 종가 기준 보통주 배당수익률(시가배당률)은 2.7%로, 12월 말 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2.05%)는 물론 미국 S&P500지수 편입종목의 배당수익률(2.1%)을 웃돌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보통주 배당수익률이 3.66%로 처음 3%대에 올랐다. 주당 배당금이 2017년 850원에서 작년 1416원으로 늘어난 반면 연말 종가는 5만960원에서 3만8700원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 주가가 23% 오르며 현재 배당수익률이 2.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포스코는 6년 동안 8000원을 유지했던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1만원으로 올리면서 연말 배당수익률이 4.1%를 찍었다. 롯데케미칼(3.8%)과 KT(3.7%), SK텔레콤(3.7%), 현대차(3.4%), 포스코대우(3.3%) 등도 3%를 넘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배당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투자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은 작년(추정치 199조원)보다 크게 줄어든 179조원으로 전망되는데, 행동주의 펀드 등의 압력에 배당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과감한 투자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성장 전략”이라며 “지나친 배당 확대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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