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 분)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되어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 분)와 함께 펼치는 리얼타임 생존액션 영화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하정우는 'PMC:더 벙커'가 기획됐던 5년 전부터 김병우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논의했고, 에이홉으로 대사의 90% 이상을 영어로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머리가 살짝 뜬 하정우에게 "오늘은 늦잠을 잔 것 같다"는 인사를 건네자마자 '투 머치 토커' 본능을 발휘했다. 하정우는 "오늘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서 'PMC:더 벙커' 흥행을 기원하며 산책을 했다"며 "오늘 벌써 1만7300보를 걸었다. 영화 스타일이 모 아니면 도라서, 어떤 때보다 흥행을 가늠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을 쏟아냈다.
"이 영화는 5년 동안이나 작업되는 걸 봐 왔어요.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든 입장이죠. 처음 본 건 2013년 11월, 제 상업영화 '허삼관'을 준비할 때였던 것 같네요. 5년 간의 여정을 지켜보면서 시나리오가 발전되는 것도 보고, 에이홉 캐릭터가 외국인으로 할 지, 제가 북한 의사 윤지의를 맡을 지, 팀원 중에 한국인을 더 넣을 지 설정이 바뀌는 것도 함께 논의했죠."
극 도입부에 나오는 '사과' 먹방에 대해선 "제 의도가 아니라 감독의 취향"이라고 소개했다. "먹방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가 아니냐"는 평가에 "제가 좀 그렇다"고 능청스럽게 답하면서도 "사과를 먹는 건 '더 테러 라이브'에서 담배를 피면서 넥타이를 메고, 재킷 상의를 갈아입는 것과 같은 거라고 보면 딘다"며 "그렇게 정신사납게 뭘 하는 걸 감독이 좋아하고, 그게 영화적으로 분위기를 흥미롭게 한 거라 생각한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하정우가 'PMC 더 벙커'의 장단이 분명하다고 평가한 이유는 새로운 형식 때문이다. 에이홉이 지정하는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대원들, 미션을 하나씩 수행해나가는 과정들은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떠올리게 한다.
"저도 게임을 전혀 안해서 이번에 영화를 알면서 그 게임을 알게 됐어요. 형식적인 것들이 새로워서 이 영화에 초반에 빠져들지 않는다면 '이게 뭔가' 하는 반응도 나오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여줄지 궁금해요. 그래도 게임 화면에 익숙한 10대, 20대들은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극중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설정이지만 남편으로서의 애틋한 사랑, 부성애는 엿보기 힘들다. 멜로가 없는 극 설정에 하정우는 누구보다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정우는 "앞으로 찍을 영화에도 멜로가 없다"며 "차기작 '백두산'에서 아내가 수지면 뭐하냐. 단 한 장면도 만나지 않는다. 전 (이)병헌 형과 함께 백두산으로 가고, 그분들은 서울에서 찍는다"고 소개했다.
"전 로맨스에 관심도 많고, 그런 영화도 찍고 싶은 사람이에요. '뉴욕의 가을', '러브 어페어' 이런거요. 제 마지막 러브라인은 '암살' 전지현 씨인가요? '터널' 배두나 씨도 한 번도 안 만나고. '아가씨'도 이상하고. 차기작들 다 찍고 나면 제 나이 44살인데, 저도 급하네요. 빨리 멜로를 해야 할 텐데." 이달 초 시끌벅적했던 "선미 번호를 따려 한다"는 루머와 건물 매입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털어 놓았다.
하정우는 지난 8일 진행된 AAA(2018 Asia Artist Awards) 시상식에서 베스트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이날 하정우는 영화 '신과 함께'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주지훈과 무대를 관람하면서 선미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듯한 직캠 영상이 찍혔다.
"전 원더걸스 팬이고, 선미를 처음 보는 거라 악수를 청하며 '팬이다'고 말했어요. 주지훈에게도 '어서 악수하라'고 청했던 건데, 그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억울하지도 않고, 이 상황이 웃겼어요."
또 "레드벨벳 슬기도 좋아하고, 트와이스 채영도 좋아한다"고 전하면서 "걸그룹 멤버들을 좋아한다"고 걸그룹을 좋아하는 삼촌팬의 면모를 드러냈다.
73억 원에 스타벅스 건물을 매입한 것에 대해선 "제 본명이 김성훈이라 서류를 봐도 저라고 알기 힘들 텐데, 누가 말해준 거 같다"며 "살짝 당황스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하정우는 "건물을 사려고 광고를 찍은 건 아니다"며 "특히 최근 찍은 다이어트 보조 식품의 경우 저도 이전부터 먹어서 저에게 익숙한 제품이라 광고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음주, 육식을 즐기는데, 저희 집안 사람들 자체가 콜레스테롤에 취약하다"며 "지인의 추천으로 먹게 됐는데 효과가 좋았다. 면세점에서 구입하면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광고 모델다운 홍보를 펼쳐 폭소케 했다. 하정우의 향후 스케줄은 앞으로 3년까지 꽉 차있다. 방영 1년 전에 섭외가 오는 드라마도 스케줄을 맞출 수 없어 할 수 없을 정도다. 올해 '쌍천만'을 불러 모은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후속작 촬영도 3년 후에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할리우드도) 저에게 맞는 역할, 시간, 조건이 맞아야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은 상황이 바뀌어서 'PMC:더 벙커'처럼 우리나라에서 기획하고,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고요. 할리우드 진출 자체를 꿈꾸는 게 아니라, 글로벌한 영화를 한국이 중심이 돼 만들고, 그곳에 참여하고 싶다는 꿈을 꿔요. 그래도 마틴 스코세이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감독이 불러주신다면 무조건 가겠죠. (웃음)"
한편 'PMC:더 벙커'는 26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