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한국GM이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R&D)법인 분리에 찬성한다고 18일 발표했다.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내부.  /한경DB
산업은행은 한국GM이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R&D)법인 분리에 찬성한다고 18일 발표했다.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내부. /한경DB
산업은행이 한국GM의 연구개발(R&D)법인 분리에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한국GM이 R&D법인을 분리했을 때 생산법인과 R&D법인 모두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는 한국GM의 사업계획서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려서다. 또 한국GM R&D법인의 R&D 활동에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참여함에 따라 이들 중소기업의 수익 다각화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금융계 일각에선 “자동차와 조선산업에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노를 저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산업은행이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부품사에 도움 될 것”

GM "한국 연구법인이 SUV·CUV 개발 허브"…10년간 생산물량 보장
한국GM은 지난 10월19일 주주총회에서 산은의 동의 없이 R&D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산은은 1주일 뒤인 26일 한국GM의 R&D법인 분리 안건 결의의 효력 정지 항고장을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서울고법은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지난달 한국GM의 R&D법인 분리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한국GM은 R&D법인 분리에 제동이 걸리자 산은에 R&D법인 분리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해당 사업계획서의 타당성 검토를 외부전문기관에 의뢰했다”며 “검토 결과 한국GM의 생산법인과 R&D법인을 분리했을 때 두 법인의 실적과 부채비율이 나아지는 등 경영안정성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법인 분리 관련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본안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고려됐다.

산은 측은 이번 한국GM의 R&D법인 분리가 부품업체들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GM의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부품 공급량이 증가하고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은이 한국GM의 R&D법인 분리에 찬성하는 대신 GM 본사는 신설 법인을 글로벌 차원에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거점으로 지정해 최소 10년간 유지하기로 해서다. 추가 R&D 물량도 확보하기로 합의했다. 한국GM은 국내 판매용 경차와 소형 SUV만 개발해왔는데 법인 분리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용 모델도 개발할 계획이다.
GM "한국 연구법인이 SUV·CUV 개발 허브"…10년간 생산물량 보장
노조 설득이 관건

산은이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GM은 곧바로 R&D법인 분리 절차에 다시 들어갔다. 연내 분할 절차를 최대한 빨리 밟아 실질적 법인 분할 및 별도 법인 설립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한국GM은 디자인 및 R&D부문 관련 인력 3000여 명을 생산법인에서 분할해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를 신설할 예정이다.

한국GM은 10월19일 임시 주총을 열고 분할계획서를 승인한 뒤 이달 3일 법인을 분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지난달 말 산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제동을 걸면서 법인 분리 절차는 ‘올스톱’됐다.

한국GM 노동조합은 19일 오전·오후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를 뺀 채 이뤄진 산은과 사측의 협상을 인정할 수 없다”며 “총파업을 포함한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한국GM 노조가 제기한 2차 쟁의조정 신청에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법 파업’에 나서는 것이다.

노사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지역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 미국 GM 본사가 ‘과격한 노조’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한국에서 ‘단계적 철수’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다.

박신영/장창민/강경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