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의 선전狂 시대] "35세 이하만 오세요"…평균 연령 32.5세, 中 선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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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거주 자격 획득, 만 35세까지만
젊은이로 산업 구조 혁신하고 삶의 질↑
이면의 철저한 배제 논리
젊은이로 산업 구조 혁신하고 삶의 질↑
이면의 철저한 배제 논리
지난해말 기준 중국 선전의 인구는 1251만명, 평균연령은 32.5세입니다. 인구 978만명의 서울의 평균연령은 41.1세(2016년말 기준)입니다. 선전 시민의 나이가 서울보다 10살 가까이 젊은 셈입니다.
선전에 살다보면 이처럼 낮은 평균연령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 거리에서 올해 만 39세인 기자보다 나이가 많아보이는 사람을 찾기란 좀처럼 어렵습니다. 평일 낮 전철에도 중년 이상으로 나이가 들어보이는 승객은 한 칸에 많아야 한두명입니다.
기업 취재를 가면 이같은 현상이 더욱 확연해집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막론하고 35세 이상의 직원을 마주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점심 시간의 선전 오피스가는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젊은이들로 채워집니다. 이렇게 젊은이들을 마주치다보면 도시에 활력이 넘친다는 느낌을 받는 한편 마음 한켠에 의구심이 듭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다들 어디 있는 거지? 여기 있는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되는거야?
1978년 시작된 중국 개혁개방과 역사를 함께하는 선전의 나이도 올해로 만 40세가 됐습니다. 당시 제조업에 투입된 근로자들의 나이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으니 그들이 계속 선전에 거주했다면 60세 안팎이 됐을 것입니다. 당연히 정상적이라면 ‘젊은이들만의 도시’로 남을 수 없습니다.
해답은 선전의 후커우(戶口)제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후커우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중국에서 해당 지역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입니다. 관련 제도가 많이 완화돼 오늘날에는 후커우가 없어도 거주 자체는 가능하지만 복지 및 교육, 재산권 행사 등에서 차별을 받습니다.
선전 등 인기가 높은 거주지는 신청자의 조건에 점수를 매겨 후커우 부여 여부를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베이징에서는 범죄 기록이 있으면 마이너스 20점, 성실한 근로자로 인정 받은 증서가 있으면 플러스 20점을 주는 식입니다. 100점 만점에 점수가 높을수록 후커우 획득 가능성도 올라갑니다.
선전은 베이징 상하이 등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 유독 나이 및 학력 기준이 높습니다. 만 35세 이하에 대학을 졸업하면 70점이 부여됩니다. 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70점의 점수차를 극복하지 못해 선전 후커우를 얻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입니다. 단 석사 학위가 있을 경우 만 40세까지도 70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베이징은 45세 이하면 20점을 줘 나이에 따른 가산점이 훨씬 낮습니다. 학력 역시 대학 졸업자에게는 15점의 가산점만 줍니다. 대신 베이징에 거주한 기간이 오래될수록 더 많은 점수를 줘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오히려 유리한 구조입니다.
젊은 고학력 인재를 중심으로 도시를 채우겠다는 선전시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후커우 부여 기준 때문에 선전은 후커우를 가진 인구 비중이 다른 도시보다 낮습니다. 상주인구 2170만명인 베이징에서 후커우를 갖고 있는 인구는 1359만명으로 62.6%를 차지합니다. 반면 선전은 1251만명의 32.6%인 434만명만 후커우를 갖고 있습니다.
이같은 인구구조는 도시내 산업 및 경제에도 영향을 줍니다. 선전에 일찍 뿌리를 내린 제조업체들은 공장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라도 시 바깥으로 이전합니다. 제조업에서 금융 및 IT, 바이오 등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려는 선전시의 정책 방향과 일치합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 인구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채워지며 선전의 거리 풍경도 여느 중국 도시와 다릅니다. 거리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일상 생활 전반이 쾌적하다는 느낌이 피부로 와닿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영화 ‘설국열차’를 연상케 하는 배제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도시가 필요로 하는 거주민의 조건을 정해 이를 충족하는 사람들에게만 장기 거주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전 도심에서 노인과 함께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거지와 노숙자입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중심가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선전에서는 목격한 적이 없습니다. 겨울에도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도는 선전이 노숙자 등이 살기에 더 좋은 조건임을 감안하면 이상합니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노숙자가 발견되면 경찰이 바로 시 바깥으로 실어나른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도시 선전, 그 활력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이면의 사회 구조는 선전을 혁신의 본보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저하게 합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선전에 살다보면 이처럼 낮은 평균연령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 거리에서 올해 만 39세인 기자보다 나이가 많아보이는 사람을 찾기란 좀처럼 어렵습니다. 평일 낮 전철에도 중년 이상으로 나이가 들어보이는 승객은 한 칸에 많아야 한두명입니다.
기업 취재를 가면 이같은 현상이 더욱 확연해집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막론하고 35세 이상의 직원을 마주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점심 시간의 선전 오피스가는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젊은이들로 채워집니다. 이렇게 젊은이들을 마주치다보면 도시에 활력이 넘친다는 느낌을 받는 한편 마음 한켠에 의구심이 듭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다들 어디 있는 거지? 여기 있는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되는거야?
1978년 시작된 중국 개혁개방과 역사를 함께하는 선전의 나이도 올해로 만 40세가 됐습니다. 당시 제조업에 투입된 근로자들의 나이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으니 그들이 계속 선전에 거주했다면 60세 안팎이 됐을 것입니다. 당연히 정상적이라면 ‘젊은이들만의 도시’로 남을 수 없습니다.
해답은 선전의 후커우(戶口)제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후커우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중국에서 해당 지역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입니다. 관련 제도가 많이 완화돼 오늘날에는 후커우가 없어도 거주 자체는 가능하지만 복지 및 교육, 재산권 행사 등에서 차별을 받습니다.
선전 등 인기가 높은 거주지는 신청자의 조건에 점수를 매겨 후커우 부여 여부를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베이징에서는 범죄 기록이 있으면 마이너스 20점, 성실한 근로자로 인정 받은 증서가 있으면 플러스 20점을 주는 식입니다. 100점 만점에 점수가 높을수록 후커우 획득 가능성도 올라갑니다.
선전은 베이징 상하이 등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 유독 나이 및 학력 기준이 높습니다. 만 35세 이하에 대학을 졸업하면 70점이 부여됩니다. 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70점의 점수차를 극복하지 못해 선전 후커우를 얻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입니다. 단 석사 학위가 있을 경우 만 40세까지도 70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베이징은 45세 이하면 20점을 줘 나이에 따른 가산점이 훨씬 낮습니다. 학력 역시 대학 졸업자에게는 15점의 가산점만 줍니다. 대신 베이징에 거주한 기간이 오래될수록 더 많은 점수를 줘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오히려 유리한 구조입니다.
젊은 고학력 인재를 중심으로 도시를 채우겠다는 선전시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후커우 부여 기준 때문에 선전은 후커우를 가진 인구 비중이 다른 도시보다 낮습니다. 상주인구 2170만명인 베이징에서 후커우를 갖고 있는 인구는 1359만명으로 62.6%를 차지합니다. 반면 선전은 1251만명의 32.6%인 434만명만 후커우를 갖고 있습니다.
이같은 인구구조는 도시내 산업 및 경제에도 영향을 줍니다. 선전에 일찍 뿌리를 내린 제조업체들은 공장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라도 시 바깥으로 이전합니다. 제조업에서 금융 및 IT, 바이오 등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려는 선전시의 정책 방향과 일치합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 인구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채워지며 선전의 거리 풍경도 여느 중국 도시와 다릅니다. 거리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일상 생활 전반이 쾌적하다는 느낌이 피부로 와닿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영화 ‘설국열차’를 연상케 하는 배제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도시가 필요로 하는 거주민의 조건을 정해 이를 충족하는 사람들에게만 장기 거주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전 도심에서 노인과 함께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거지와 노숙자입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중심가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선전에서는 목격한 적이 없습니다. 겨울에도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도는 선전이 노숙자 등이 살기에 더 좋은 조건임을 감안하면 이상합니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노숙자가 발견되면 경찰이 바로 시 바깥으로 실어나른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도시 선전, 그 활력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이면의 사회 구조는 선전을 혁신의 본보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저하게 합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