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특구 명동, 외국인에겐 '강매 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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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서 판치는 외국인 강매
10개 묶음 5만6000원이라 한 뒤
실제 결제는 56만원으로 뻥튀기
항의하니 "1개가 5만6000원"
유커 줄자 '꼼수 강매'로 매출 보전
"미신고 사기판매 사례 더 많을 것"
관광경찰은 "물증 없다"며 구경만
10개 묶음 5만6000원이라 한 뒤
실제 결제는 56만원으로 뻥튀기
항의하니 "1개가 5만6000원"
유커 줄자 '꼼수 강매'로 매출 보전
"미신고 사기판매 사례 더 많을 것"
관광경찰은 "물증 없다"며 구경만
사흘간 한국에 여행 온 일본인 관광객 메이(32)는 서울 명동에서 쇼핑하다 화장품을 강매당했다. 지난달 20일 명동의 한 가게에서 화장품 10여 개를 골랐는데 계산 금액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 주춤하던 찰나 점원이 갑자기 지갑을 뺏어 돈을 꺼내 결제한 것이다. 결제 목록엔 심지어 자신이 고르지 않은 화장품까지 있었다. 환불을 요구했지만 점원은 거부했고, 신고를 받아 출동한 관광경찰은 “강매당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자리를 떴다. 메이는 “한국이 이렇게 법도 없는 나라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줄자 강매 기승
‘관광특구’로 불리는 명동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강매가 활개를 치고 있다. 강매하거나 판매자가 가격 정보를 부정확하게 알려주면 환불해줘야 하지만 여행 체류 기간이 짧아 분쟁 절차를 신청하기 어렵고 언어적 장벽으로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힘든 외국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2일 명동에서 만난 한 영국인은 “10개 묶음을 가리켜 얼마냐고 물었더니 5만6000원이라고 해 샀는데 알고 보니 56만원이 결제됐다”며 “결제 후 항의하니 10개 묶음 중 1개가 5만6000원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꼼수 강매’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감소세와 맞물려 급증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관광협회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달 22일까지 명동에서만 화장품 환불 거부와 관련해 41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2015년까지는 1건도 없다가 2016년 3건 발생하더니 2017년 38건으로 확 늘었다. 2017년엔 한·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전년까지 800만 명을 넘던 유커 수가 417만 명으로 48.3% 급감했다. 명동에서 관광안내 일을 하는 민모씨는 “관광객이 줄자 이런 식으로 장사해 매출을 보전하려는 상인이 많아진 것 같다”며 “강매당한 외국인 5명 중 4명은 여흥을 깨기 싫거나 출국 날짜가 임박해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사기 판매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경찰은 구경만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명동에 대한 여론 역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여행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의 ‘명동(Myeong-dong)’ 카테고리에도 “강요하듯(pushy) 물건을 판매했다”는 후기 글이 작년부터 다수 올라왔다. 한 싱가포르인 관광객은 “강요하듯 물건을 판다”며 “다른 곳과 비교해 가격도 비싸다”고 적었다.
관광경찰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명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이런 사건을 자주 목격했다는 김모씨는 “관광경찰이 오면 증거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대부분 돌아간다”고 했다. 관광경찰 관계자는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누구의 편을 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 손쓸 도리가 없다”며 “관련 사례를 취합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단속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조아란/구민기 기자 archo@hankyung.com
중국인 관광객 줄자 강매 기승
‘관광특구’로 불리는 명동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강매가 활개를 치고 있다. 강매하거나 판매자가 가격 정보를 부정확하게 알려주면 환불해줘야 하지만 여행 체류 기간이 짧아 분쟁 절차를 신청하기 어렵고 언어적 장벽으로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힘든 외국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2일 명동에서 만난 한 영국인은 “10개 묶음을 가리켜 얼마냐고 물었더니 5만6000원이라고 해 샀는데 알고 보니 56만원이 결제됐다”며 “결제 후 항의하니 10개 묶음 중 1개가 5만6000원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꼼수 강매’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감소세와 맞물려 급증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관광협회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달 22일까지 명동에서만 화장품 환불 거부와 관련해 41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2015년까지는 1건도 없다가 2016년 3건 발생하더니 2017년 38건으로 확 늘었다. 2017년엔 한·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전년까지 800만 명을 넘던 유커 수가 417만 명으로 48.3% 급감했다. 명동에서 관광안내 일을 하는 민모씨는 “관광객이 줄자 이런 식으로 장사해 매출을 보전하려는 상인이 많아진 것 같다”며 “강매당한 외국인 5명 중 4명은 여흥을 깨기 싫거나 출국 날짜가 임박해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사기 판매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경찰은 구경만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명동에 대한 여론 역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여행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의 ‘명동(Myeong-dong)’ 카테고리에도 “강요하듯(pushy) 물건을 판매했다”는 후기 글이 작년부터 다수 올라왔다. 한 싱가포르인 관광객은 “강요하듯 물건을 판다”며 “다른 곳과 비교해 가격도 비싸다”고 적었다.
관광경찰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명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이런 사건을 자주 목격했다는 김모씨는 “관광경찰이 오면 증거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대부분 돌아간다”고 했다. 관광경찰 관계자는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누구의 편을 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 손쓸 도리가 없다”며 “관련 사례를 취합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단속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조아란/구민기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