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의 선전狂 시대] 세계 최대 보험사가 스마트시티에 눈독 들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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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안보험, 스마트시티에 연 1조6000억 투자
“교통사고 줄이고, 의료 효율 높여 보험 비용 낮춘다”
무분별한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 논란도
“교통사고 줄이고, 의료 효율 높여 보험 비용 낮춘다”
무분별한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 논란도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핑안보험은 중국 최대는 물론 세계 최대 규모의 보험사입니다. 직원은 180만명, 시가총액은 1조위안 이상입니다. 이같은 핑안보험이 올해 들어 중국 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는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해 도시 전반의 운영 효율과 인프라 성능을 끌어올리는 사업입니다. 핑안보험은 하이난성 싼야시의 스마트시티 건설에 300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롯해 중국 내 50개 도시에서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핑안보험은 스마트시티 사업을 200개 도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만난 핑안보험 관계자는 핑안보험을 중심으로 한 핑안 금융그룹이 스마트시티 사업에 투자하는 돈이 연 100억위안(약 1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사업 참여 인력은 2만5000여명이라고 합니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IoT 등을 이용한 도시 인프라 개선 사업이라는 특성상 IT업체나 건설업체와 연관된 것으로 여겨져왔습니다. 그런 스마트시티 사업에 보험사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핑안보험측은 “도시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보험사의 수익을 올리는 결과로 연결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핑안보험 관계사인 핑안과기의 스마트시티 기술 연구 담당자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마트시티가 되면 곳곳의 CCTV와 안면인식 시스템 등을 통해 간단한 경범죄나 교통 법규 위반을 적발하기 쉬워집니다. 이 데이터를 보험사가 받아 보험료에 반영하면 개인의 리스크에 근거한 합리적인 보험료 책정이 가능합니다. 사람들은 본인의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교통 법규 위반을 피하게 되므로 도시 전반의 교통 법규 위반을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핑안과기는 스마트시티와 연관된 의료 진단 서비스 솔루션도 내놓고 있습니다. 환자가 자신이 불편한 부분의 세부 항목을 입력하면 진료 의사가 자동으로 배정되고, 해당 의사는 데이터를 근거로 빨리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성적인 의료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는 중국에서 의료 효율 향상은 건강 개선으로 이어져 보험사가 치러야할 부담을 낮추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여기까지는 핑안보험이 외부에 공개한 스마트시티 사업의 효과입니다. 막대한 투자를 하는만큼 지금 당장은 외부에 공개하기 힘든 사업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들어도 한국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많습니다. 개인의 경범죄나 교통법규를 민간 금융사에 제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보험사가 제공하는 의료 솔루션에 자신의 건강 정보를 입력하는 것은 보험사가 미래 발생할 질병에 대해 개인보다 더 잘 알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핑안보험측은 “제공된 개인 정보는 제한된 용도로만 엄격히 이용될 것”이라며 “정보의 오남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데이터를 지방 정부와 보험사가 공유하는 이상 언제든 생각지 못한 용도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국내 모 씽크탱크가 현지에서 포럼까지 개최하는 등 한국에서도 중국의 스마트시티 사업에 관심을 갖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스마트시티 사업이 이뤄지는 모습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공의 지나친 통제와 개인 정보보호 등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중국 무시’든 ‘중국 배우기’든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닌지 곰곰히 살펴볼 일입니다.
물론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 AI 등 혁신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는 핑안보험의 노력은 참고할만 합니다. 핑안보험은 앞으로 5년간 고객수가 3배 늘겠지만 AI를 통한 고객 관리 기술의 향상으로 전체 직원은 오히려 8만명 감소할 것이라는 비전을 올해초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스마트시티는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해 도시 전반의 운영 효율과 인프라 성능을 끌어올리는 사업입니다. 핑안보험은 하이난성 싼야시의 스마트시티 건설에 300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롯해 중국 내 50개 도시에서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핑안보험은 스마트시티 사업을 200개 도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만난 핑안보험 관계자는 핑안보험을 중심으로 한 핑안 금융그룹이 스마트시티 사업에 투자하는 돈이 연 100억위안(약 1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사업 참여 인력은 2만5000여명이라고 합니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IoT 등을 이용한 도시 인프라 개선 사업이라는 특성상 IT업체나 건설업체와 연관된 것으로 여겨져왔습니다. 그런 스마트시티 사업에 보험사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핑안보험측은 “도시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보험사의 수익을 올리는 결과로 연결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핑안보험 관계사인 핑안과기의 스마트시티 기술 연구 담당자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마트시티가 되면 곳곳의 CCTV와 안면인식 시스템 등을 통해 간단한 경범죄나 교통 법규 위반을 적발하기 쉬워집니다. 이 데이터를 보험사가 받아 보험료에 반영하면 개인의 리스크에 근거한 합리적인 보험료 책정이 가능합니다. 사람들은 본인의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교통 법규 위반을 피하게 되므로 도시 전반의 교통 법규 위반을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핑안과기는 스마트시티와 연관된 의료 진단 서비스 솔루션도 내놓고 있습니다. 환자가 자신이 불편한 부분의 세부 항목을 입력하면 진료 의사가 자동으로 배정되고, 해당 의사는 데이터를 근거로 빨리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성적인 의료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는 중국에서 의료 효율 향상은 건강 개선으로 이어져 보험사가 치러야할 부담을 낮추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여기까지는 핑안보험이 외부에 공개한 스마트시티 사업의 효과입니다. 막대한 투자를 하는만큼 지금 당장은 외부에 공개하기 힘든 사업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들어도 한국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많습니다. 개인의 경범죄나 교통법규를 민간 금융사에 제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보험사가 제공하는 의료 솔루션에 자신의 건강 정보를 입력하는 것은 보험사가 미래 발생할 질병에 대해 개인보다 더 잘 알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핑안보험측은 “제공된 개인 정보는 제한된 용도로만 엄격히 이용될 것”이라며 “정보의 오남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데이터를 지방 정부와 보험사가 공유하는 이상 언제든 생각지 못한 용도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국내 모 씽크탱크가 현지에서 포럼까지 개최하는 등 한국에서도 중국의 스마트시티 사업에 관심을 갖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스마트시티 사업이 이뤄지는 모습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공의 지나친 통제와 개인 정보보호 등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중국 무시’든 ‘중국 배우기’든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닌지 곰곰히 살펴볼 일입니다.
물론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 AI 등 혁신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는 핑안보험의 노력은 참고할만 합니다. 핑안보험은 앞으로 5년간 고객수가 3배 늘겠지만 AI를 통한 고객 관리 기술의 향상으로 전체 직원은 오히려 8만명 감소할 것이라는 비전을 올해초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