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 비준 문제를 놓고 여야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3당이 평양 공동선언 비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로 한 것을 두고 “몽니도 이런 몽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야3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주 내로 헌법재판소에 평양 선언 및 군사 합의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정부가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했을 땐 무조건 반대하더니, 이번엔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위헌이라고 강변하고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엔 무조건 반대하는 청개구리 심보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법제처 해석을 재차 강조하면서 “평양 선언과 군사합의서엔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거나 입법이 필요한 사항도 없어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을 국회 동의 대상으로 규정한 헌법 60조1항을 들어 군사합의서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견강부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의 행태야말로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선언 비준은 ‘위헌적 행위’라고 주장하며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의선 도라산역 현장 시찰을 단체 거부한 한국당 의원들은 외교통일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합동 대책 회의를 열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면서 위헌적 행위를 한 것”이라며 “국민은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도 없는 마당에 국회 동의도 없이 김정은을 한번 믿어보라며 일방통행식 과속 질주를 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차대한 군사·안보적 조치가 들어 있는 군사합의서가 재정적 부담이나 입법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는 여당 주장은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통위 소속 유기준 의원은 “평양 선언은 국가 간 조약이 아니라 법률적 효력을 부여할 수 없고 관련 예산을 국회에서 쉽게 받아갈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조만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론을 확정짓고 해임 건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평양 선언 비준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통화에서 “북한이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헌법 60조에 적용받지 않는다는 말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휴전 협정의 경우 북한이 당사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내 로펌 관계자도 “조약은 국가 간에만 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법상 교전 단체와도 조약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