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업 발전에 더욱 힘써 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친환경 인쇄 공법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습니다.”

김충웅 한성실업 대표 "의약품 포장 외길…제약사와 46년 동반 성장"
2일 경기 광주시 한성실업 본사에서 만난 김충웅 대표(사진)는 최근 열린 ‘인쇄문화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 상인 문화훈장을 수상한 소감을 묻자 이같이 밝혔다.

한성실업은 2015년 국내 포장인쇄업계 최초로 ‘무습수 인쇄 방식’을 도입했다. 물이나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아 폐수가 나오지 않는 친환경 인쇄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무습수 방식을 활용하는 인쇄 기업이 많아요. 한국의 인쇄 기술로는 전면 도입이 어렵습니다. 무습수 방식에 걸맞은 종이와 잉크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처음 인쇄업계에 발을 들인 건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15세 되던 1961년 취직한 첫 직장이 인쇄기업인 공화지기였다. 이후 인쇄업체 여러 곳을 거쳤다. 독립하겠다고 마음먹고 1972년 서울 을지로에 ‘한성실업’ 간판을 내걸었다. 중고 인쇄기 한 대를 사들여 없는 부품은 직접 만들며 고장 난 곳을 고쳤다. 인쇄기 한 대로 시작한 한성실업은 을지로와 용산을 거쳐 경기 광주시에 터를 잡으며 총 25대의 기계를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한성실업의 주 고객사는 제약업체다. 매출의 80%가량을 제약사에서 내고 있다. 대웅제약, 종근당, 일동제약 등 유명 제약사 30여 곳의 포장을 이곳에서 생산한다. 우루사, 임팩타민, 부루펜, 펜잘, 아로나민 등 ‘블록버스터’급 일반약 제품들이 김 대표 손을 거처 나왔다. “제약사와 첫 인연을 맺은 건 영진약품이었죠. 업계에 인쇄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니 여러 업체들이 포장인쇄를 해 달라고 했죠.”

그가 제약회사들과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이어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약사들은 몸에 흡수되는 의약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까다로운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에 맞춰 약품의 오염과 변질 등을 방지해야 한다. 한성실업은 포장 인쇄 업체 중에서도 깨끗한 작업 환경을 자랑한다. 제약사들이 한성실업을 찾아오는 이유다.

“잉크를 두껍게 바를수록 색이 잘 나와요. 대신 잉크가 마르는 데 시간이 걸리죠. 그 과정에서 시간 단축을 위해 인쇄 기업들이 녹말 가루를 뿌려요. 그렇지만 녹말 가루가 날리면 직원 건강에는 안 좋을 수밖에 없잖아요. 평생 함께할 직원들에게 깨끗한 작업환경을 마련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녹말 가루를 뿌리는 대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얇게만 발라도 색이 잘 입혀지는 잉크를 개발했다. 덕분에 인쇄용지에 찍힌 잉크는 인쇄기에서 마른 상태로 나온다. “평생 인쇄업만 해왔어요. 제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는 각오로 기술 개발을 했습니다. 인쇄업 발전을 이끌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게 제가 계속해야 할 일입니다.”

글=홍윤정/사진=김범준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