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증시 반등… 건설·은행 중소형株 주목"
피데스자산운용은 국내에서 유일한 베트남 시장 전문 자산운용사다. 2007년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고 베트남 투자에만 집중하고 있다. 운용 중인 베트남 헤지펀드 자산만 6000억원이 넘는다. 삼성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 등 공모 자산운용사들이 베트남 펀드를 운용할 때 피데스운용과 계약을 맺고 자문하는 이유다.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신흥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베트남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기업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등 조치를 취해 우려가 작다”며 “4월 이후 신흥국 시장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지난달부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매력’

지난해부터 올초까지만 해도 베트남 증시는 대형주와 성장주 중심으로 주가가 올랐다. 시가총액 1, 2위인 빈그룹(VIC)과 빈홈(VHM) 등 대형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수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베트남 대표지수인 VN지수는 49.0%, 빈그룹 주가는 103.3% 올랐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주식보다는 이미 올라 고평가된 주식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시장이었다.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달 초부터 시장의 ‘색깔’이 달라졌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4월부터 7월 말까지 VN지수는 20.0% 급락했다. 지난달에는 3.2% 반등했다.

그는 “시장이 반등하면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성장주보다는 가치주가 주목받는 현상이 뚜렷해졌다”며 “중소형주가 반등하면서 액티브 펀드에 유리한 장세가 왔다”고 설명했다. 대형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를 때는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펀드들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 수익률을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베트남 증시에서 중소형주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송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같은 업종 안에서도 가격 매력이 높은 중소형주가 반등하면서 시가총액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며 “가령 은행 업종에서는 지난해 베트남개발은행(BID) 등 국영 은행이 강세였지만 올해는 민영 은행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건설 철강 은행 증권 등이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 경제 성장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종들이다. 송 대표는 “베트남은 1인당 국민소득 증가 속도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국가”라며 “이미 많이 성장한 음식료업종을 제외하고 철강 등 인프라 관련 산업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PO 시장은 당분간 부진할 듯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 증시와 달리 베트남 공모주 시장은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데스자산운용은 2016년 국내에서 베트남 기업공개(IPO) 펀드를 처음으로 내놓은 회사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유리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 공모운용사도 잇따라 베트남 IPO 펀드를 내놓으며 인기몰이를 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정부가 성장성이 높은 대형 국영기업을 잇따라 상장시키면서 공모주 시장이 달아올랐다. 베트남 1위 민영 항공사인 비엣젯항공 등 피데스자산운용이 매입한 공모주도 상장 직후 주가가 50% 이상 뛰어오르며 큰 수익을 안겨줬다.

하지만 올해는 베트남 IPO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게 송 대표의 판단이다. 베트남 정부가 기업공개에 소극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예정된 국영기업 상장이 7~8건가량 있기는 하지만 시장이 완전히 안정된 뒤 IPO를 재개한다는 게 베트남 정부의 계획”이라며 “시장 반등 국면에서도 최근 상장해 투자자 기반이 단단하지 못한 종목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