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올 4분기로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 부진으로 소비심리 등이 악화된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당장 오는 12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1.50%인 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용 쇼크·G2 무역전쟁 타격… 韓銀 금리인상, 11월로 넘어가나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 ‘3분기 금리 인상론’은 힘을 잃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국(연 1.75~2.00%)과 0.5%포인트까지 벌어진 금리 격차를 이유로 이르면 이달 한은의 금리 인상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튼 뒤 국내외 불안 요인을 이유로 반 년째 금리를 동결했다. 그 사이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신흥국 금융불안이 불거졌고, 더 이상 금리 인상을 늦추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날 미국이 예정대로 중국산 물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자 한은이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 둔화로 한국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국내 여건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월부터 3개월 동안 10만 명대에 머무르던 취업자 수 증가폭이 5월엔 7만2000명으로 내려앉으면서 8년4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률과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부진한 고용은 가계소득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직결된다. 한은으로서는 이 같은 고용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 금리 인상에 나서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연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최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저 수준(채권 가격은 상승)으로 떨어진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12일 금통위에선 금리 결정과 함께 수정 경제 전망이 발표된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간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총부채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성장 부담 요인이 가중되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도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3.0%가 0.1%포인트 낮아진 2.9%로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