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이명박)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사진)이 검찰 수사 전에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뇌물과 횡령 등으로 기소한 검찰의 핵심 증거여서 재판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단독] 'MB집사' 김백준 경도인지장애… 檢 핵심 증거 '흔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전 대통령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에 제출한 요양급여 내역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2017년 10월~2018년 1월 경도인지장애 진단과 치료를 받았다.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올 1월부터 시작됐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연령대에 비해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유의하게 저하된 상태를 뜻한다.

이번 자료 제출은 이 전 대통령 측이 재판부에 작년 말에서 올해 초 김 전 기획관의 정신과 진료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한 결과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은 지난달 23일 열린 재판에서 “김 전 기획관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다”며 “급격하게 나빠진 상태가 언제부터인지 확인해야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 당시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검찰에 진술했던 작년 말과 올해 초 의사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게 확고하다”고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 재판을 뒤흔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은 검찰이 제시하는 핵심 증거다. 그는 지난 1월17일 구속된 뒤부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한 사실이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 등도 김 전 기획관 입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김 전 기획관의 발언이 증거 능력을 상실하더라도 모든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다른 증거를 확보해놨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재판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은 “치매가 아니더라도 진술의 일관성이 없고 허술해 증거 능력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고윤상/신연수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