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는 안정적인 배당 수익이 기대되는 국내 유일의 상장 인프라펀드다. 국내외 기관투자가 등 중장기 투자자가 선호하는 우량주로, 시가총액이 3조원대에 이른다.
"맥쿼리 수수료 구조 한국만 기형적… 주가 오르면 되레 주주배당 줄어"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은 1년 전부터 맥쿼리인프라에 대한 ‘주주행동’을 준비해왔다. 행동에 같이 나설 거액 자산가들을 설득해 약 1500억원을 모았다. 이 자금으로 헤지펀드를 만들어 맥쿼리인프라 지분 4.99%(1.87%는 스와프 계좌로 보유)를 확보해 26일 행동에 나섰다. 맥쿼리인프라의 수수료 구조가 과도하고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맥쿼리, 한국만 수수료 과다”

맥쿼리자산운용은 맥쿼리인프라 운용·관리 대가로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분기마다 받고 있다. 순투자가치(시가총액+순차입금)의 연 1.25%를 기본 운용보수로 받고, 분기수익(주주 분배금+시가총액 상승분)이 연 8%를 넘으면 초과 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받는 구조다. 맥쿼리인프라가 상장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받은 보수는 총 5353억원(매년 평균 446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 전체 순이익(1조4982억원)의 35.7%이자 전체 주주 분배금의 32.1%다.

플랫폼파트너스는 이 같은 수수료 체계가 다른 인프라펀드 평균보다 최소 10배에서 최대 30배 높다고 설명한다. 수수료가 시가총액과 연동돼 있는 점이 가장 불합리하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 대표는 “주가가 오르면 성과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주주들이 주가가 오르지 않길 바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맥쿼리의 수수료 체계는 운용사와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이 같은 맥쿼리식 수수료 체계가 시장에서 이미 퇴출됐다는 게 이들의 핵심 주장이다. 호주 캐나다 등에선 주주가 행동에 나서거나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이 같은 수수료 체계를 바꿨다. 대부분은 자체 경영진을 구성해 관리 운영 업무를 수행하는 ‘경영 내재화(internalization)’ 수순을 밟았다. 맥쿼리인프라와 보수 체계가 비슷한 호주 주식시장(ASX)의 맥쿼리인프라펀드인 MQA(Macquarie Atlas Roads)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 운용 수수료를 내린 뒤 지난달 내재화를 결정하면서 펀드명을 아틀라스알테리아(Atlas Alteria)로 바꿨다. 정 대표는 “기형적인 수수료 체계가 개선되면 맥쿼리인프라 주가는 현 수준(9030원)에서 40%가량 상승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플랫폼파트너스가 분석한 적정 가치는 1만2800원이다.

◆전체 주식 50% 찬성해야 교체

플랫폼파트너스는 또 맥쿼리자산운용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맥쿼리인프라 이사회가 주주보다 운용사 이익을 위한 의사 결정이나 방만 경영을 한 배임적 행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휴게소를 2013년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또 다른 펀드인 한국민간운영권펀드(KPCF)에 저가 장기 임대한 의혹이 있다고 제기했다.

플랫폼파트너스는 지난 6일 △성과보수 폐지 및 운용보수 10%로 삭감 △천안~논산고속도로 휴게소 원상 복구 조치 △주요 자산에 대한 감사 실시 등을 맥쿼리 측에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맥쿼리자산운용 해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주주들을 규합해 수수료를 10분의 1 수준만 받는 코람코자산운용을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맥쿼리인프라 운용사는 정관에 따라 전체 발행 주식 총수의 50% 이상 찬성이 있으면 바꿀 수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맥쿼리인프라가 투자자들에게 2006년부터 연평균 9.2% 수익을 안겨줬다는 점을 강조했다. 맥쿼리 측 관계자는 “해외 다른 맥쿼리 인프라펀드 수수료 체계가 바뀐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 부실 등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맥쿼리인프라는 국내 상장 주식 가운데 최고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쿼리 측은 김앤장을 선임해 적극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맥쿼리인프라를 향한 주주행동은 그동안 한국 증시에서 전개됐던 양상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동안 한국에서 벌어진 주주행동주의는 대부분 글로벌 헤지펀드의 한국 상장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였다. 이번에는 반대다. 토종 헤지펀드의 글로벌 운용사에 대한 공격이고, 타깃도 기업 지배구조가 아니라 펀드 수수료(보수)로 맞춰졌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한국에서도 다양한 주주행동주의 전략이 나오고 있다”며 “한국 증시가 선진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