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6일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한국당을 살려낼 칼을 드리고, 내 목부터 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공천권을 쥐고 대대적인 ‘인적 청산’에 나서지 않는 한 당이 혁신은커녕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옛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의원들은 이 같은 구상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격한 충돌이 예상된다.

김 대행은 이날 열린 첫 비대위 출범 준비회의에서 “비대위원장에게 주어지는 칼은 2020년 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칼”이라며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모델을 예로 들었다. 그는 “혁신 비대위는 김종인 모델보다 더 강해야 한다”며 “남의 당이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제대로 된 비대위원장을 모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행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마지막으로 회초리를 들고 기회를 주신 만큼 천금 같은 기회로 삼고, 그 첫발인 비대위원장을 모셔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초빙 권한은 비대위 준비위원장을 맡은 안상수 의원에게 전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비대위 역할과 권한을 두고 당내 논란이 커지고 있어 실행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김 대행이 밝힌 ‘막강 권한’의 비대위원장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의원총회, 전국위원회 등 당헌·당규가 정한 몇 단계 의사결정기구의 추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비대위를 출범시키더라도 당을 오래 이끌게 하기보다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을 화합하고 조정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해 강력한 권한을 가진 비대위원장의 등장을 예고했다.

한편 이날 4선인 이군현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정치는 책임이며 나부터 책임지는 자세가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탈당·불출마 의사를 밝힌 한국당 의원은 이 의원을 포함해 7명(서청원·김무성·김정훈·유민봉·윤상직·정종섭)으로 늘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