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글로벌 증시 조정의 여파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진 지난 2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잇따라 자사주를 사들였다. ‘회사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시점으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지금의 ‘투자 성적표’는 어떨까. 조 회장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고, 손 행장도 손실구간을 벗어났다. 윤 회장은 아직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변동성 장세가 시작된 뒤 가장 먼저 자사주를 매입한 사람은 윤 회장이다. 지난 2월13일 KB금융 주식을 주당 6만900원에 1000주(총 6090만원) 사들였다. 3월30일과 4월11일에도 주당 5만9900원과 5만7100원에 1000주씩 샀다. 9일 KB금융 종가는 5만8200원으로, 윤 회장의 평균 매입단가(5만8500원)의 99.48% 수준이다.
조용병·손태승 '활짝' 윤종규 '기다리면…'
2월 이후 자사주 투자에 가장 많은 돈을 쓴 사람은 손 행장이다. 그는 3월9일 주당 1만5650원에 우리은행 5000주(7825만원)를 매입했다. 작년 12월 행장 취임 후 첫 투자였다. 같은 달 27일 주당 1만5150원에 5000주(7575만원), 지난달 9일엔 주당 1만3950원에 5000주(6975만원)를 샀다. 우리은행은 9일 100원(0.65%) 오른 1만5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우리은행의 이날 종가는 손 행장의 평균 매입단가(1만4916원)보다 3.91% 높다.

조 회장은 지난 3월28일 한 차례 주당 4만4750원에 2171주(9715만원)를 샀다. 신한금융의 이날 종가는 4만6700원으로, 조 회장의 수익률은 4.35%다.

금융권 CEO들의 자사주 투자행렬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도 합류했다. 지난 3일 3000주를 주당 1만500원(3050만원)에 사들였다. 작년 9월 회장에 취임한 뒤 첫 투자였다. 김 회장은 부국증권, 옛 현대증권, 옛 하나대투증권(하나금융투자)에서 사장을 지낸 ‘증권맨’ 출신이다.

금융사 CEO들의 투자사례를 살펴보면 꽤 괜찮은 수익을 낸 경우가 많다. 2014년 11월 취임한 윤 회장은 취임 이후 작년 말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만3000주를 매입해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투자한 자사주의 평균 매입단가는 4만8080원으로, 수익률이 21.04%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주는 최근 수년간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서서히 하단을 높이는 흐름을 보여왔다”며 “금융권 CEO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때는 통상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빠진 시기인 만큼 이들을 따라 매입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