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8일 오전11시5분

‘제로 금리’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자를 받지 않는 대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EB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마켓인사이트] 주가 상승에 강한 자신감… '제로 금리' EB 발행 줄잇는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LG화학 롯데쇼핑 씨에스윈드 KG모빌리언스 등 8개 기업이 EB 발행을 공시했다. 이들은 모두 0%의 표면금리로 EB를 발행했다. 작년 같은 기간 이 같은 조건으로 EB를 찍은 기업은 KG케미칼과 휴켐스 두 곳이었다.

올 들어 제로 금리 EB를 발행한 기업들은 모두 주식으로 바꾸는 가격을 발행 결정 당시 주가 이상으로 잡았다. 대표적으로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지난 16일 6억달러(약 6495억원)어치 외화 EB를 찍은 LG화학은 유로화로 발행하는 4147억원어치의 교환가격을 53만3600원으로 잡았다. 발행 계획을 발표한 10일 이 회사 종가(36만8000원) 대비 45% 높은 수준이다. 2008년 이후 국내 민간 기업이 발행한 외화 EB 중 가장 높은 프리미엄이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교환 대상 주식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 덕분에 이들 기업이 0% 금리로 EB를 발행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LG화학(상승률 36.23%) 씨에스윈드(70.44%) KG모빌리언스(29.09%) 에이치엘비(573.35%) 웨이브일렉트로닉스(6.74%) 디지캡(114.27%) 등 올해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삼아 EB를 찍은 기업들은 모두 최근 1년간 주가가 상승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로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수익을 올릴 수 없는 구조”라며 “발행회사가 그만큼 주가 상승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으로도 투자자 모집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EB 발행으로 자사주도 효과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이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자사주를 처분하려면 시장 가격보다 낮게 매물로 내놓는 게 일반적이다. 블록딜 매물이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져 주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EB는 시장 가격보다 높게 주식으로 바뀌는 데다 주식으로 교환하는 기간도 길어 주식이 시장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매각된다. 상대적으로 주가 흐름에 미치는 충격이 덜하다는 평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