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과 원유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고공행진하던 러시아 펀드와 브라질 펀드, 일명 ‘러·브 펀드’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9일 러시아 증시가 하루 만에 11.4% 급락하면서 러시아 펀드 수익률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회복세를 보이던 브라질 경제도 최근 정치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다.

잘나가던 '러·브 펀드'의 배신
10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러시아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INDEX 러시아MSCI(합성)’는 1980원(8.77%) 하락한 2만590원에 마감했다. 작년 3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전날 러시아 RTS지수가 11.4% 급락한 것이 원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시리아 정부 지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는 소식에 러시아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국내에 설정된 42개 러시아 주식형펀드도 하루 만에 10% 안팎의 손실을 입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올초부터 전날까지 평균 6.76%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었지만 하루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러시아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4820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2008~2009년 러·브 펀드 급락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충격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동안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탄탄한 외화유동성과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등 과거보다 맷집이 세졌다”며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이후 지난달까지 1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던 브라질 펀드도 최근 한 달간 2.99% 손실을 내며 주춤한 모습이다. 연금개혁안 등 각종 개혁 작업이 미뤄지는 등 정치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흔들리고 헤알화 가치가 하락한 영향이다.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 펀드수익률도 나빠진다. 브라질 펀드는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다시 헤알화로 환전해 주식을 산다.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땐 헤지를 하지만 달러를 헤알화로 바꿀 땐 헤지하지 않기 때문에 환위험에 노출된다. 원·헤알 환율은 지난 1월 말 339.63원에서 현재 311.47원으로 8.29%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펀드에 추가 투자하기보다는 오는 10월 대선 전까지 관망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헤알화는 대선 이전까지 현재 수준 내외로 등락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