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납부하는 벌금인 징계부과금의 지난해 징수율이 5%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국민에게 부과한 벌금은 모질게 걷으면서 공무원들이 내야 하는 벌금 징수는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 중앙 부처별 징계부과금 수납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징계부과금 징수결정액 63억3900만원 중 수납액은 3억4700만원이었다. 징수율로 따지면 5.5%에 불과했다. 징계부과금은 공무원이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거나 공금을 횡령·유용했을 경우 징계 외에 제공받은 금품이나 횡령한 공금의 최대 다섯 배까지 내야 하는 벌금이다. 반면 지난해 국민에게 부과된 벌금과 몰수금, 과태료의 징수율(예산 기준)은 83.5%에 달했다.
[단독] 정부의 제식구 봐주기? 공무원 벌금 5.5%만 걷어
부처별로 보면 법무부 소속 공무원에게 부과된 징계부과금이 가장 많았다. 23억3200만원으로 전체의 36.8%를 차지했다. 하지만 납부액은 1억800만원으로 징수율이 4.6%에 그쳤다. 법무부의 징계부과금 징수율은 2014년 9.9%, 2015년 7.1%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법무부가 소속 공무원의 벌금 징수에 손을 놓고 있다는 뜻이다. ‘제 식구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법무부의 징계부과금 부과 이유는 상당수 검찰청 공무원들의 금품 수수였다. 고교 동창과 스폰서 관계를 유지하며 사건 처리를 도와준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8928만원의 징계부과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한푼도 내지 않았다. 게임업체 넥슨으로부터 ‘뇌물 주식’을 받아 100억원대 수익을 거둔 의혹을 사고 있는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는 1015만원의 징계부과금이 부과됐다. 역시 납부액이 전혀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징계부과금 납부 대상자가 징계에 불복해 징계 재심사를 제기하거나 재판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납부를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파면 또는 해임된 일부 공무원들은 재력 부족으로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른 사정기관인 경찰과 국세청의 징계부과금 징수율도 낮았다. 지난해 경찰과 국세청 소속 공무원에게 각각 12억6500만원과 18억8900만원의 부과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징수율은 각각 2.0%와 1.0%에 불과했다. 국회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납부 독촉을 강화하고 불복 심사도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체납액 징수를 관할 세무서장에게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징계부과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이 내는 벌금은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액수가 늘어나거나 벌금 납부 대신 교도소에서 노역을 하는 등 추가 제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징계부과금은 납부 기한을 넘겨도 별도의 불이익 없이 징수 권한만 국세청으로 넘어간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