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폭염이 지속되는데도 전력 예비율이 안정적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이기 때문에 탈(脫)원전 정책을 펴도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두 번에 걸쳐 전국 2000개 기업에 하루 최대 네 시간 전기 사용량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 예비율을 높게 관리해 탈원전 논리를 뒷받침하려는 목적으로 기업들의 전기 사용량까지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력 남아돈다는 정부 "기업, 전기 사용 줄여라"
6일 한국경제신문이 김무성 바른정당 국회의원실을 통해 전력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는 지난 7월12일과 21일에 각각 세 시간, 네 시간의 ‘급전(急電) 지시’를 내렸다. 급전 지시란 정부가 기업에 전기 사용량 감축을 지시하는 것으로, 해당 기업은 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멈추는 식으로 대응한다. 전기 사용량이 폭증하는 여름과 겨울에 주로 시행하고 전국 약 2000개 업체가 대상이다.

2014년 제도 도입 후 올해를 제외하면 지시가 내려진 건 세 번뿐이다. 여름의 급전 지시는 작년 8월22일이 유일했다. 하지만 올해는 7월에만 벌써 두 번의 급전 지시가 내려갔다. 감축 요구량도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전력이 남아돈다고 하면서 이번처럼 무리하게 급전 지시가 내려온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7월21일은 낮 최고 기온이 33도(서울 기준)로 전력 수요가 몰렸지만 예비율은 12.3%로 유지됐다. 급전 지시가 없었다면 한 자릿수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전력 예비율이 낮아져 수급 문제가 불거지면 탈원전 정책을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탈원전 정책 논리를 꿰맞추기 위해 기업을 희생양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7월보다 전력 수요가 많은 8월에는 급전 지시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