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2차관에 옛 기획예산처 출신인 김용진 동서발전 사장이 9일 발탁되면서 기재부에선 부총리와 1, 2차관 모두 ‘기획예산처 라인’으로 채워지게 됐다. 이날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통과돼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지난달 31일 임명된 고형권 기재부 1차관 모두 기획예산처 출신이기 때문이다.

기재부 장차관이 모두 예산 라인으로 채워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기재부 공무원 사이에선 “기획예산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기획예산처는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999년 예산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설립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4년 옛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통합돼 만들어진 재정경제원에서 예산 파트가 독립돼 신설된 조직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 기획예산처는 옛 재정경제부(재경부)와 다시 합쳐져 지금의 기재부로 바뀌었다.

기재부가 출범한 이후 장관은 주로 옛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출신이 맡아왔다. 이명박 정부 때 강만수·윤증현·박재완 장관, 박근혜 정부 때 현오석·최경환 부총리 등이 모두 그랬다. 김동연 부총리는 기획예산처 출신의 첫 기재부 수장이 됐다.

기재부 차관은 그동안 1차관은 재경부 출신이, 2차관은 기획예산처 출신이 맡아왔다. 하지만 고형권 차관이 1차관에 임명되면서 이 같은 ‘전통’도 깨지게 됐다.

기재부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기획예산처 출신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후광’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변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낼 때 정책실장을 맡았다. 김 부총리와 1, 2차관은 이른바 ‘변양균 라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있던 시절 김 부총리는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을 맡았고, 고 1차관은 장관 비서관과 정책기획팀장을 지냈다. 김 2차관은 당시 공공혁신기획팀장을 맡았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