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년실업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실업률은 4.2%로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15~29세 청년실업률은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인 11.2%까지 치솟았고 체감실업률은 23.6%에 달했다. 실업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큰 이견이 없다.

[맞짱토론] 10조 일자리 추경 편성해야 하나
‘일자리 정부’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통령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총체적인 일자리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취임 즉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10조원을 편성해 올 하반기에만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경제 성장을 위한 추경 편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일자리를 위한 추경에는 찬성과 반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찬성 측은 정부 주도의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을 통해 민간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경 편성의 재원 측면에서 여유가 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현재 얘기되고 있는 추경안으로는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무원과 공기업 고용 확대는 지속적인 정부 지출 확대를 초래해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고용 촉진을 위한 현금 보조금도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자리 추경이 민간 부문 일자리 확대를 유도하는 ‘마중물’이 될지, 잠시 달콤했다가 이후에는 더 큰 갈증을 유발하는 ‘설탕물’이 될지 여야 의원들로부터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찬성 "경기침체·최악 청년실업 해법...민간 일자리 확대 '마중물' 될 것"

"세계(歲計)잉여금·초과 세수분으로 재원 마련 가능"


[맞짱토론] 10조 일자리 추경 편성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 ‘일자리 100일 플랜’의 일환으로 일자리 추경 편성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자리 추경은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을 통해 민간 일자리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민간 부문 42만 개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민간에 떠넘기다시피 했다.

재벌 대기업 감세정책을 통한 민간 일자리 창출 계획은 결국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가 주도해 국민 안전과 복지를 위한 공공 일자리를 창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근로시간 단축 및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해 소득주도성장과 경제민주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 일자리 정부’를 강조한 이유다.

임기 첫 해인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 경제는 극심한 양극화와 최악의 청년실업률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각계를 막론하고 국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추경의 법적 요건이 폭넓게 해석돼 편성된 사례처럼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에 대응하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포기할 수 없고 시급하다는 인식이다. 대량 실업의 우려가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곳에 재정이 투입되고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는 점에서 일자리 추경이 정책우선순위로서 타당성을 갖는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2017년도는 고작 6개월 남짓이다. 당선 즉시 착수한 실행 계획이 바로 ‘일자리 대통령 100일 플랜’이다.

그간 연례적 추경 편성은 세수 결손을 메우고 성장률을 떠받치기 위해 본예산을 조정하거나 부족분을 반영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단기적인 소비심리 개선을 통한 추경 효과가 나타나긴 했으나 그것이 근본적인 추경 편성의 목적이라 말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오직 일자리 창출에만 추경을 활용하겠다고 반복해 강조했다는 점에서 과거 추경과 달리 그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맞짱토론] 10조 일자리 추경 편성해야 하나
추경
편성의 재원 측면에서도 여유가 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예산 대비 10조원 더 걷혔고 올 3월 기준 국세청 세수 실적은 예산 대비 5조7000억원 증가했다. 세수 호황으로 인해 지난해 정부의 세계잉여금은 9년 만에 최고치인 8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특별회계를 제외한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6조1000억원 중 상환 및 정산분을 제외하면 1조1000억원이 남는다. 초과세수분과 세계잉여금(예산을 초과한 세수+쓰고 남은 불용액) 가용금액 1조1000억원을 합치면 국채 발행 없이도 10조원 수준의 추경 편성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와 같은 필요성에 부합하는 면밀한 추경안을 편성해 신속히 국회에 제출할 것이다. 일자리 추경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우선 청년실업의 비상상황을 반영한 추경의 목적성을 명확히 규정할 것이다. 또한 단기 비정규직 일자리를 배제하고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집중할 것이다. 철저한 목표 설정과 신속한 집행으로 정책 효과 및 달성률을 투명하게 공개해 추경의 성과를 국민 앞에 내놓을 것이다.

일자리 문제에는 보수와 진보, 여야가 따로 없다. 일자리 추경은 문재인 정부 협치의 첫 모델이 될 것이다. “일자리가 성장이고 일자리가 복지다”라는 말처럼 문재인 정부가 성공적인 일자리 창출로 국민경제의 성장과 복지를 함께 실현한 정부가 되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

반대 "일과성 현금보조 가능성 높아...경직된 고용제도 개혁이 우선"

"공무원·공기업 증원은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


[맞짱토론] 10조 일자리 추경 편성해야 하나
지금 정부 여당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은 세금으로 공기업 직원과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현금 보조금을 나눠 주는 ‘설탕물’ 추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 창출을 제대로 하려면 우선 경기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정부 여당 지침대로라면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청년들의 구직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현금을 나눠 주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서 일과성 ‘용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청년실업 문제는 청년들의 구직 노력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추경을 통해 각종 수당이나 급여를 인상하고 정규직 공무원을 증원한다면 한 번의 지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항구적으로 반복돼야 하는 지출이다. 이 때문에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추경 편성의 법적 근거에도 맞지 않고 이후 항구적으로 정규 예산의 규모와 경직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도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을 지속한다고 했으나 정부 지출 증가만큼 세금 초과 징수를 통해 돈을 거뒀다. 돈을 푸는 만큼 다시 흡수했으니 경기 부양 효과가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금 정부 여당도 추경을 추진하면서 무리하게 세금을 징수하고 증세를 도모한다면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은 그만큼 지연될 것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 하강은 2000년대 이후 지속된 현상으로, 이 추세가 지속되면 머지않아 사실상 제로(0) 성장 상태에 머무르는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성장이 멈춘 상태에선 무슨 수를 써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풀고 돈을 풀고 추경을 반복하는 등 총수요 확대 정책을 폈음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한국 경제의 생산 능력이 저하돼 아무리 수요를 늘려도 고용과 생산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맞짱토론] 10조 일자리 추경 편성해야 하나
따라서 이번 추경이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 개혁과 경직적 고용제도에 대한 개혁이 수반돼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현금 보조를 늘리고 임금을 올려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허구다.

같은 재정 지출이라도 사람들에게 현금으로 나눠 주는 지출은 명분이 무엇이든지 그 사람이 한 번 소비하고 마는 지출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생산 공급 애로 요인을 해소하는 사회기반시설 건설이나 연구개발에 지출한다면 이는 내수 활성화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해 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재정정책은 가계와 근로자, 기업들이 보다 생산적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하고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예산 지출 방식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 의욕과 근로자들의 근로 유인, 소비자들의 저축 행태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산 규모 못지않게 예산 지출 내용도 중요하다.

지금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추경 방침대로라면 오히려 기업들의 인건비를 높이고,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을 낮추며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보다는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대부분 혜택이 돌아가도록 돼 있다. 이런 추경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나라 경제를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서정환/박종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