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돼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속하게 빠져나갈 위험이 낮다고 분석했다. 2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융·경제 상황에 비춰보면 앞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또 “한·미 간 장기 시장금리가 그동안 강한 동조화를 보인 점을 생각할 때 내외금리 차 역전이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역전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이유로는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신흥국 중에서 양호한 데다 외환보유액과 단기 대외지급능력비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점을 꼽았다.

한은 기준금리는 현재 연 1.25%다. 미국 금리(연 0.75∼1.00%)와의 격차가 0.25%포인트까지 좁혀져 있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연내 두 차례 더 올리고 한은이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 하반기에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

한은은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규모 자본유출이 일어났던 때를 분석한 결과 내외금리 차보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 한국 경제의 취약요인 등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신흥국이나 선진국에서 비롯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로 전이되면서 자본유출이 촉발됐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이 컸던 때는 2015~2016년이 유일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국내에서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의 안정성이 높아졌다”며 “내외금리 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간자금보다 장기투자 성향의 공공자금이 많이 늘어났고 외국인 보유 채권의 잔존 만기도 길어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